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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건 칼럼] 가슴이 아프다

일본을 꾸짖는 소녀상 얼굴에 상처가 났다. 365일 그자리에 앉아 용서를 구하고 사죄 하라고 일본을 꾸짖고 있는 소녀상 얼굴에 상처가 났다. 애틀랜타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공원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이 얼굴에 못과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얼굴에 긁힌 상처를 입었다. 누구의 짓인지 확인하기에 앞서 우선 화가 나고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지난 8월 14일 대만 남부 타이난시 국민당 당사 옆에 대만 위안부 소녀상이 건립되었다. 그러나 9월 6일 대만에 처음으로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일본 우익 인사가 위안부 소녀상에 삿대질과 발길질한 영상이 제보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평화의 소녀상과는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지난 10월 12일 조지아주 사바나시 존슨 광장에 설치된 너새니얼 그린(Nathanael Greene) 장군 동상에 누군가 가짜 눈을 붙여 화제가 되었다. 사바나 경찰서는 범인을 찾기위해 주변 CCTV를 통해 조사 중이다.

이와같이 공원이나 광장과 같은 공간은 아무 제약없이 설치물에 다가갈 수 있다. 따라서 조형물에 대한 훼손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이 생각나는 것일까.

화가 나는 일이 또 있다. 최근 한미 친선 음악회 귀빈석에 타카시 시노즈카 주애틀랜타 일본 총영사의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그가 한미친선 음악회 귀빈석에서 귀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있는 걸까. 물론 행사를 주최한 총영사관에서 초청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기억속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그가 행한 악랄하고 저급한 언행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일본의 스기야마 신스게 주미 대사가 부임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명 중 하나는 위안부 동상을 철거하는 일”이라며 대사관 차원에서 소녀상 철거 시도를 공론화 하였다.



소녀상 얼굴 훼손이 일본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으나,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기까지 일본측이 보여준 여러 행태에서 의심의 여지는 남아 있다. 한인사회가 감당할수 있는 몫이 있고, 한인사회의 한계를 넘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경우 총영사관이 힘을 실어주지 못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일본 총영사의 훼방 망언과 압력 등이 미국 언론에 보도될 때도 우리 총영사관은 일언반구 한마디도 없이 관망만 하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기고를 통해 지적을 했었지만 외교적인 민감한 문제로 총영사관에서는 관여 할 수 없다는 후문을 들었다. 일본 총영사는 망나니처럼 떠들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우리는 양반 행세를 내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한인사회가 아쉬운 대목은 미국 언론을 통해 예민한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하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 유무를 따지기에 앞서 미국 언론을 통해 일본측에 간접적인 경각심을 주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애틀랜타 총영사관도 평화의 소녀상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여주고 미국 사회에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계몽하는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한다.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항상 두드려 맞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큰 소리 한번 시원하게 못친다. 공허한 외침이라도 좋다. “이 나쁜 놈들아, 너희가 저지른 만행을, 너희 잘못을 왜 모르냐!” 왜 우리는 속이 시원하게 우리 속내를 표현 못하는 걸까….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가 진심어린 사과를 전달해야 한다. 또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해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이에 대해 일본은 “이미 종결된 문제라 더 이상의 언급은 적절치 않으며, 최대한의 보상을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고 살아있는 역사이며,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역사이기도 하다. 날씨가 쌀쌀해 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공원에 홀로 앉아 있는 소녀상에 대해 얼마큼 관심을 갖고 있을까. 소녀상에 외투도 입혀주고, 목도리, 양말을 신겨주어야 하며, 오늘도 언제나 그랬듯이 굳건히 그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녀상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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