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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프로페셔널로 살아 간다는 것

플러싱에서 퀸즈칼리지로 가다 보면 키세나 공원을 지나치게 된다. 보통 큰 호수와 긴 산책길로 유명하지만 이곳에 허밍 벌드(벌새)가 한철 머물다 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500mm 렌즈를 달고 따발총 소리를 내는 중년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벌새의 존재를 알 수가 없었다. 은퇴한 뒤 사진찍는 게 취미라는 66세의 중국 아저씨 스티브. 그는 니콘 D5에 500mm 구경 렌즈를 달고 아침 10시부터 움직이지도 않고 한 장소에서 5시간째 따발총을 갈겨대고 있었다. 8월부터 10월까지 이곳에 머물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밑에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내 장비보다도 훨씬 좋았고 사진 또한 아주 훌륭했다. 누가 봐도 프로였다.



노란 들꽃속에 있는 꿀을 빨며 바쁘게 날개짓 하는 벌새를 찍고 있는 스티브의 얼굴에는 사진쟁이들만이 느끼는 희열이 묻어나 보였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오픈 포럼 'This is Me'
우리는 프로를 원한다


오픈 포럼을 시작 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바로 프로페셔날리즘이었다.

패널들과 출연자들 섭외할때 꼭 짚어보는 부분이 '과연 이 사람이 이 분야의 전문가인지 그리고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이다. 지금까지 9번의 포럼을 진행하면서 프로페셔날리즘을 갖고 있는 전문가를 찾을 수 있을까가 최우선 과제였다. 자기 발표 내용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전문가를 섭외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픈 포럼에는 또 TIM(This Is Me)이라는 숏 코너가 있다. 한국판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그리고 미국판 TED Talk과 같은 포멧이다. 원래 TIM의 취지는 '누구나 자기의 삶은 소중한 것이고 가치가 있다. 고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이다.

지금까지 출연자 중에는 보디빌더도 있었고 비영리 기관 창립자,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상태의 활동가, 한국어 선생님, 재즈 뮤지션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일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프로로 당당히 성장하는
한인 셰프들의 이야기


최근 '셰프 이야기와 한식 세계화'를 주제로 오픈 포럼을 했다.

TIM의 출연자로 누구를 선정할까 고민하다가 이번 포럼의 주인공인 셰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프로 셰프들의 이야기.

퓨전 한식당 '단지'와 전통 식당 '한잔'의 오너 셰프 김훈이, 음식관련 명강사겸 셰프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선 셰프, 미슐랭 3스타 르 베르나딘에서 최근까지 요리했던 정재은 셰프. 모두 프로 셰프들이다.

김훈이 셰프와 이영선 셰프는 미 주류는 물론 한인사회에서도 충분히 알려져 있는 베테랑 셰프들이지만 요리 8년차인 정재은 셰프는 두 선배들에 비해 경력이 무척 짧은 편이다.

오픈 포럼 시작 5분 전인데도 정재은 셰프는 나타나지 않았다. 식은땀이 쭉 흘렀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메세지가 왔다. "일이 늦게 끝나 5시 20분에 떠나요. 지금 가고 있는데 40분에 도착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날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해 쉼없이 일하다 오픈 포럼 시간에 맞춰 달려왔지만 늦었다는 것이다.

정 셰프는 이 고단한 셰프의 길에 왜 들어섰을까?

한국에서 평범한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일을 하다가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해 먹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먹어봐야 했던 정 셰프는 어느 순간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고 한다.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지만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너무나 공격적인 뉴욕 주방문화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는 험한 말들을 들으며 정셰프는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비법은 얼굴이 두꺼워지는 것, 나의 음식에 대한 다른 셰프나 손님의 의견에 너무 과민반응하지 말라는 것. 여기에 나는 짱이야! 나는 잘 하고 있어. 자기도취가 필요했다"고 한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정재은 셰프의 손과 팔은 온통 데이고 긁힌 상처 투성이었다.

예전에 만난 한 여성 셰프의 말이 생각났다. 여성들이 셰프로 살아남기 힘든 이유는 요리 솜씨도 아니요 열정이 없어서도 아니다 바로 체력이라는 말. 정 셰프는 이 현실을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열정 하나로 도전한 셰프의 길이지만 많지 않은 여성 프로 셰프로 당당히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취미'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 우대 시대


요즘은 고급 카메라 장비나 음악 장비들이 무척 싸져서 맘만 먹으면 쉽게 구입해서 유튜브 선생을 통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수준에 오르면 누구나 프로페셔날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거기에 돈까지 받는다면 진짜 프로가 된 것처럼 생각한다. 돈을 받고 일하는 순간 프로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일명 '사' 자 들어가는 특정 분야만을 프로페셜날로 인정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일하기 싫어 딴짓하는 '사'자들 많이 봤다.

어머니의 등쌀에 못이겨 의대에 진학했다가 뒤늦게 셰프가 된 김훈이 셰프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병원에 가는게 무서웠다던 그가 어머니의 바람대로 의사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같은 칼질이라도 분명히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의사가 아니고 요리사가 된 게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모른다.

요즘 한국 언론계에도 전문기자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돌며 여러분야를 섭렵해야 진정한 기자로 인정받았다면 지금은 의학 전문 기자, IT 전문 기자 등이 더 각광 받는 시대이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주위에 진정한 프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취미로 어느 수준이 됐다고 프로인줄 착각하는 사람들 말고 일에 대한 열정을 넘어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수 있는 프로 말이다. 그래야 오픈 포럼의 내용도 훨씬 풍성해 질 것 아닌가?

그런데 자기가 찍은 벌새 사진을 꼭 보내주겠다던 스티브는 2주가 됐는데도 아직도 소식이 없다. 약속을 안지키는 사람은 프로가 될 수 없다.


김창종 / 오픈 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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