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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당신의 '컴포트 푸드'는?

우리에게 기쁨과 안정을 주거나 슬프거나 아플 때 찾는 음식을 '컴포트 푸드'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단연 '맥&치즈'를 꼽을 것이다. 한국의 한 과학잡지가 수도권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남자는 술(16.7%)-치킨(13.9%)-고기(12.7%), 여자는 치킨(13.5%)-아이스크림(11.9%)-피자와 스파게티 (9.9%) 등을 찾는다고 한다.

컴포트 푸드는 뭐니 뭐니 해도 어릴 때 먹던 음식이 아닌가 싶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어머니가 차려주신 생일상을 받으며 늘 고향에서 먹던 생일상을 들먹여 음식을 장만한 어머니를 섭섭하게 하곤 했다. 고향 집 밥에는 늘 쌀보다 감자가 많았다. 생일을 맞은 사람은 쌀이 넉넉히 들어간 밥에 무채를 썰어 넣은 가자미 국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려서 나는 병치레를 많이 했다. 환절기가 되면 목감기를 심하게 앓았는데, 목이 부어 죽도 넘기지 못하면 할머니가 사과를 강판에 갈아 베 보자기로 짜서 사과즙을 만들어 주었다. 미국에 와서도 감기에 걸리면 그때를 생각하며 사과 주스를 사서 마시곤 했다.

아내는 죽을 끓일 때 각종 야채를 잘게 썰어 넣고 야채죽을 끓인다. 아픈 사람이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영양죽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컴포트 푸드는 아니다. 나는 소고기를 다져 볶아 넣고 끓인 흰죽에 양념간장을 조금씩 떨구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할머니가 끓여 주시던 죽이다.



가끔 아이들에게서 레시피를 묻는 전화를 받곤 한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어설프게 만들어 주던 음식들이다. 먹기 좋게 썬 양파와 파인애플과 함께 재워두었다가 구운 소시지, 양을 늘리기 위해 빵가루를 넣고 구운 함박스테이크, 삶은 달걀을 잘게 썰어 통조림 참치와 섞어 만든 참치 샌드위치, 오븐에 구운 트라이팁(tri-tip) 등이 나의 단골 메뉴다. 어느새 어른이 된 아이들은 이런 음식을 만들어 연인과 배우자를 즐겁게 하고 있다. 어쩌면 손자 손녀의 컴포트 푸드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내 또래의 한국인이라면 짜장면과 탕수육을 컴포트 푸드로 꼽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음식은 혼자 먹기보다 여럿이 나누어 먹을 때 더 맛있다. 평소에는 남과 음식을 잘 나누어 먹지 않는 미국 사람들도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날이 있는데 바로 추수감사절이다. 칠면조는 다른 고기에 비해 그다지 맛있는 고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추수감사절에 터키를 먹는 것은 명절의 추억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30여 년 동안 일했던 직장에는 300여 명의 직원이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자 지내는 이들도 많았는데, 추수감사절이 되면 이런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밥을 먹는 이들이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지면 그리움과 외로움은 더 커진다. 당신의 컴포트 푸드는 무엇인가요? 지난 여름 서먹해진 이들과 당신의 컴포트 푸드를 함께 나누어보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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