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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맥다방의 위로

맥도널드(McDonald)가 고맙다. 전국에 5000~6000개의 분점이 있는 음식점이라 찾으면 근처에 있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다방 출입을 뻔질나게 하던 사람들이 이민 생활에 바빠 잊었던 것 중의 하나가 다방이다. 하나 나이 들어 일에 손 털고 둘러보니 한국식 다방이 없다. 있다 해도 비싸고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앉아 있을 곳이 못 된다. 나이 든 이들에게 맥도널드가 가장 만만하다.

종교단체는 물론 여러 친목 모임 등이 있다 해도 대화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거리낌 없이 말하고 들어주는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야 서로 편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힘들었던 일, 자랑스러웠던 일, 억울한 일, 뜻밖에 왔던 행운, 자식 잘 자라 준 일, 건강한 몸, 손자들의 재롱 등의 이야기가 끝이 없게 된다.

옥에 티로 모임에서 건방 떠는 사람들에 침을 튀기고 조국의 어지러운 정치를 욕하고 분개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랑도 하고 칭찬도 하며 웃다가 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넘는다.

그러다 다시 이민 생활로 이야기가 미끄러진다. 그 흔한 극장도 운동경기장에도 한 번 못 가고 좋아하는 여행도 모두 미루어 왔다.



윗사람에게도 아랫사람에게도 인사치레 한 번 제대로 못 했다. 양반 체면 다 팽개치고 톱니바퀴에서 돌고 돌았다. 청년과 장년을 투자하기 40년을 훌쩍 넘겨 눈앞에서 노년이 말없이 짙어가고 있다. 서걱거리는 것은 가슴에 쌓인 외로운 응어리가 부딪치는 소리이리라. 맥다방이 내어준 한마당에 앉아 서로의 외로움에 위로를 주고받는다.

커피의 향이 짙다. 30전이 싼 노인 우대 값에다 다시 빈 잔을 채울 수 있으니 그만한 위안이 어디 있으랴. 창밖의 가로수가 몹시 흔들린다. 떨어진 잎들이 갈 바를 찾지 못하고 몰려다니다 더러는 멀리 사라진다. 해가 짧아졌나 맥다방의 불빛이 밝아진다. 얼큰한 찌개가 코끝에 어른거린다. 오래 자리를 비워주지 않은 두둑한 배짱에 놀라며 나서는 뒤통수가 켕긴다.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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