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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나눔의 기쁨

새해가 온다 생각하니 왠지 지난 날 나의 행동들이 잘못된 점은 없는지 분수에 맞지 않게 과욕을 부린 것은 없는 지 등등 여러가지 생각들로 이것 저것 마음과 물건들을 정돈하다보니 문득 옛날에 읽었던 선교사 수필이 생각났다.

어느 나라 선교사인지 기억은 없지만 대충 남쪽 끝인 산골 마을에서 오랜 세월 선교사로 계신 분으로 그녀의 경험담을 담담히 실은 글에는 선교사 사택에는 이틀이 멀다하고 아기를 등에 없고 구걸하는 여인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구걸하러 온 여인에게 딱히 선교는 할 수 없고 무조건 먹을 것과 옷가지들을 주었다고 했다. 그러자 선교사 생각에 무조건 주기만해서는 선교가 될 것 같지 않아 어느 날 결심을 하고 "너는 어떻게 받기만 하니 너도 나에게 줄 게 없니" 하자 여인은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쳐다보다가 마치 거지가 뭘 줄게 있니 하는 표정으로 화가 잔뜩나서 가버렸다 한다. 그 후 그 여인이 오지 않자 내가 너무 했나 싶었는데 어느 날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기에 내다 보니 여인이 뭔가 신문지에 싼 보따리를 불쑥 내 주고 가버렸다 한다. 그래서 펼쳐 보니 그 안에는 깻잎이며 상추, 고추 등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선교사 말인즉 여인은 곰곰이 생각하니 나도 뭔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딘가 가서 일을 하고 품삯으로 받은 물건을 가져 온 것 같다면서 성공적인 선교를 했다고 했다.

언젠가 일본에 가니 곳곳에 홈리스들이 많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본 정부에서 아파트를 지어 주고 그 곳에서 살라고 해도 다 버리고 거리로 나 앉아 골치를 앓는다고 했다. 그런 일본에는 곳곳에 신당이 있고, 신당 앞에는 의례히 야시장이 열리는데 그들은 야시장에서 팔다 남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공원에서 잠을 자고 새벽이면 신당 앞을 청소를 한다고 했다. 그렇듯 그들은 노숙자 생활이 편하고 자유스러워 그렇게 거리에 나 앉은 것이다.

사람들은 곧잘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그런데 마음을 비운다면 어느 정도 비워야 마음을 비웠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겨우 대문 앞까지 내 주고 마음을 비웠다고 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마음을 비웠다면 대문 안까지 내주고 진정으로 마음을 비웠다면 대청마루에서 나중에는 안방까지 내 주는 사람만이 진짜로 마음을 비웠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대체로 홈리스로 사람들이 태어날 때는 물리적으로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인 식욕·탐욕·성욕이 있는데 그들은 식욕은 있지만 탐욕과 성욕이 삭제되므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듯 했다.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나름대로 제 몫을 하며 작은 나눔이라도 나누며 살면 그렇게 잘못된 삶은 아닌 것 같았다.




김민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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