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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북에 속고, 좌에 울고

옛날 일제하 약소민족의 애환을 달래준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노래가 있었다. 남녀간의 애잔한 사랑을 읊은 곡으로 한 때 드라마와 TV에도 등장했었다.

요즘 남북관계를 보면 마치 그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방적 짝사랑에 그나마 주머니 사정이 비어가는 안타까움 속에, 겨울녘의 햇빛을 기다리는 세기의 무법자 아니 천하의 조폭 소리까지 듣게 된 북한의 막가파 수령 김정은의 행태는 유엔을 비롯한 미국의 제재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런 가운데 중개자 또는 운전자를 자처한 대한민국은 자칫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 꼴이 된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중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북한이 9월 남북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영구 폐기를 약속했던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외에 그동안 보고되지 않은 미사일 기지 13곳을 운용 중이란 사실을 공개했다. 또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양강도 영저동 미사일 기지와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인근 기지를 계속 운용하고 확장해 왔다고 CNN도 최근 보도하며 "북한이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심 장거리미사일 기지를 상당히 확장 중인 정황이 포착됐으며 이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양측이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조야는 북한이 계속 핵 장착 미사일을 생산하고 배치해 왔다는 사실에 불신과 배신의 모델이라며 그동안 속아 온 것을 분노하고 있다.

한국에선 며칠 전 전 기무사령관이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30여 년을 군사전문가로 국방에 기여한 보람도 없이 너무 쉽게 사라졌다. 지난날 이미 여러 사람이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수사받던 현직 검사가 지난해 11월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몸을 던져 자살했다. 그 전에는 그 검사와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모 변호사가 차 안에서 숨졌다. '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 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수갑 찬 채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고 피의사실을 흘려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인민재판식 수사가 계속됐다.



전 정권에서 안보실장을 지낸 사람의 경우엔 이 정권 출범 이후 각기 다른 사안에 각기 다른 혐의로 검찰 수사, 감사원 조사,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수사가 아니라 '사람 사냥'이고, 법 집행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소문났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얼마나 많은 원한이 쌓여야 이 보복극이 멈출 것인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금도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적폐 수사는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짚어보면 압수수색은 수백 차례에 달하고 100명 넘는 사람이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재판에서 선고된 징역형 형량만 따져도 100년을 훌쩍 넘는다. 재판이 진행 중인 장·차관급만 30명 가깝다고 하고 한 부처 출신 수십 명이 한꺼번에 조사받고 기소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2명이 재판도 끝나기 전에 수갑을 차고 옥에 갇혔다. 가히 촛불혁명답다는 사람들의 소리다. 과거 그 혁명이란 단어에 진저리치던 정부다.

어느 언론인은 "적폐 청산이 1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온 나라에 유혈이 낭자하다"고 꼬집었다. 자유민주주의 국체(國體)는 김정은의 박수를 받으며 다른 색이 끼어들 틈도 없이 홍일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6·25 때 적 공산치하에서 경험했던 세대들은 아마도 소리 내어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정권의 칼날은 적과의 동침을 하면서 결코 손 잡지 못할 '부르조아' 원수에게 겨냥하고 있는 것일까.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육군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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