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정경환 칼럼] 삼식이 삼반과 따밥

정경환 (알파레타 거주)

삼식이가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가 이제야 좀 한가해지는 듯하여 컴퓨터의 자판을 두들겨보는 시간이 온듯하다. 며칠전에는 집사람보고 내가 삼식이 된 지 6년이 넘었지? 하고 말하니 무슨 소리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시 말해보란다. 다시 삼식이 꼬박된 지가 6-7년이 넘었지 하고 다시 말하니 빙빙 둘러대지 말고 바로 알아듣게 말해보라고 한다. 백수로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고 지낸 세월이 벌써 그만큼 지났냐고 물어본다 하니 그럼 벌써 그렇게 되고 말고....라고 한다. 세월 참... 하루 먹고 하루 쉬고 하루 놀고 하다 보니 벌써 또 금년도 저물어간다. 처음 은퇴하여 일이년은 그런대로 생전 처음 경험하는 은퇴 시간에 울랄라 하고 신나는 듯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날부터 서서히 식탁에 반찬 수가 많아지면 괜스레 슬쩍 아닌 척 하면서도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놀면서 괜히 하루 세끼에 세 가지 이상 반찬에 따뜻한 밥을 염치없이 꼬박꼬박 차려올리는 집사람 걱정하는 척하면서. 아, 집에 있는데 무슨 반찬이 이렇게 많아 앞으로 삼 반만 해도돼 하면서 은근슬쩍 눈치를 보게된다. 따뜻한 밥이야 옛적에는 무쇠솥에 삼시 세끼 나무로 불 때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세상 좋아져서 최신 전자밥솥에 해놓으면 항상 따뜻한 밥이 24시간 대기하니 그렇다 치고 반찬은 대강 삼 반이면 충분해서 하면서 은근히 생각하는 척해본다. 가끔은 4반도 되고 5-6반이 되면 한 상 가득 받은 마음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왜 이리 반찬이 많아 하면서 위하는 척 하면서 마켓가는 길에 요즘 음식세일 사방에서 하잖아. 사먹는게 오히려 싸게 들 것 같은데 하면서 집사람 반응을 테스트해본다

그럼 그냥 집에서 먹지 뭘 나가 하면 좋으련만 얼씨구나 하면서 그래 이참에 나가서 사 먹고 신문도 가져오고 세일품목도 좀 둘러보고 동네 한 바퀴 돌고오자며 얼른 준비하기 시작한다. 에이 괜스레 말해가지고 하며 후회도 해보지만 벌써 좋아하고 좋아라하고 세면장에서 세수하고 후다닥거리며 부산을 떨며 서울가는 듯하다. 혹 떼려다 오히려 붙인 격이 된 셈이다. 그러니까 집사람 계산은 빨라서 오늘은 이식만 하고 일식은 나가서 먹으면 상 차릴 필요도 설거지할 필요가 없다는걸 머릿속에는 벌써 암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번은 나갔다가 집부근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인데 바로 코너에 버거킹 점을 지나려니 아 우리 고기 이중으로 더블로 있는 햄버거 안 먹은 지가 언제야 한다. 이 말은 바로 사 먹고 들어가자는 말로 바로 알아들어야 한다. 결혼 46년 차인데 그런 것 알아듣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니면 땅 짚고 헤엄치기다. 척하면 알아듣고 이해해야 정상이다.

얼마 전 지인이 하는 말이 더나이들어 삼시 세끼 꼬박 챙기려면 설거지라도 해야 된다는 말에 감동하고 그럼 나도 그렇게 해야지 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팔을 걷어 젖히고 자 이제부터 설거지는 내가 할게 하며 호기 있게 나서니 웬일이야 안 하던 짓을 갑자기 하겠다니 하며 신기해한다. 그것도 잠깐 며칠 해보니 와 정말 하기 싫다. 난 다른 건 그런대로 모두 잘하는데 음식 만들기 설거지 옷 개기 등등은 완전 빵점이다. 며칠 설거지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슬렁슬렁 하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다 씻어놓은 밥그릇과 반찬 그릇을 집사람이 군대 내무검열하듯 불빛에 비추어 보며 이것봐 밥풀 때기 말라붙은 거 그대로 있잖아 하며 모두 다시 개수대에 넣고 다시 씻는 게 아닌가. 그 이후론 다시 디시워셔에 모두 넣고 하니 그릇 몇 개 씻자고 세척기를 돌려 하며 굳이 고무장갑 끼고 서둘러 씻기 시작한다. 그 후론 설거지도 나는 퇴출당했다



지금 생각하면 일주일에 같은 기술직종에 있던 미국인 동료들이 이런저런 개인 사정으로 결근하는 날이면 그 자리를 대신 때우는 일은 다반사였다. 이유는 12시간씩 4일 일하고 4일 쉬는 4교대 직장이지만 쉬는 날은 으레 결근자가 나오면 장거리 안 나가고 집에 대기하는 날은 긴급호출이 있으면 좋아라하고 달려가곤 했다. 하여 가끔은 주 60시간 심할 때는 70시간을 일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빅첵크를 내어주면 그렇게도 좋아했는데 아 옛날이여 하며 옛 일하던 시절이 오히려 그리워진다. 알다시피 자기들 일 안 하고 결근한 것은 생각 안 하고 빅체크 얼마 받았니 하며 질투하던 미국인 동료들도 이젠 다시금 보고 싶다. 얘들 성격은 그때뿐이며 대부분이 카우보이들이라 성격도 호탕한 것이 본받을만하다. 새 장안의 새는 마음껏 새장 바깥세상을 날고 싶고 새장을 나온 새는 좁지만, 안에 있으면 먹을 것 챙겨주는 새 장안이 그립다 한다더니 인간사도 모두가 비슷한듯하다

이제 많은 시니어가 여기 저기 다른 주에서 모여들어 내 주위에도 엄청나게 많이들 보인다. 많은 연장자와 모든 시니어여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옛적 열심히 일하고 뛰어 현재까지 와있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모두 삼반 이상에 따뜻한 밥 거르지 말고 부지런히 챙기면서 많은 재미있는 친구분들과 보람차고 활기찬 제2의 인생을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면서 다가오는 새해 2019년을 새롭게 모두 맞이해야겠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