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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작은 것에서 행복 찾기

아들은 지난봄 다운타운 콘도를 팔고 낡고 작은 집을 샀다. 아들은 지난봄 다운타운 콘도를 팔고 낡고 작은 집을 샀다. 주소지로 찾아 가니 미처 몰랐던 정말 근사한 동네였다. 결국, 아들 판단이 옳았다.

언젠가 아이들이 집을 사면 일 나간 다음 살짝 가서 현관 앞엔 진홍색 제라늄을 심고, 뒤뜰엔 모란과 장미 등을 심자며 행복을 꿈꿨다. 그런 우린 정말 어느 날 몇 그루 꽃나무를 갖고 아들 집에 '작은 행복'을 찾으러 갔다.

바닷가를 향해 쭉 내려가면 그야말로 청자 빛 바다에 흰 돛단배가 평화스럽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바다 건너 올림픽 산정엔 하얀 눈이 오늘도 눈이 시리도록 쌓인 것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아들은 아무 때나 와도 좋다는 뜻인지 집 열쇠를 우리에게 주었다. 어느 날 가보면 혼자 부엌 바닥을 세라믹 타일로 말끔하게 바꿔 놓고, 인테리어 등을 달고, 페인트를 칠하고 그야말로 핸디맨이 따로 없다. 난 아들이 그런 손재주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우리는 부지런히 정원에 오래된 나무를 자르고, 꽃나무와 조그만 채소밭에 토마토와 조선 호박도 심었다. 물도 주고 풀도 뽑다 보면 그건 노동이 아니라 작은 행복이었다. 어느 날 아이는 "엄마, 우리 채소밭엔 조그만 토마토와 고추, 호박이 보여요"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아들이 주말을 이용해 창고를 고치자고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피곤하다던 그이가 인건비나 받는 양 조금도 쉬지 않고 열심이다. 지붕을 뜯으니 생쥐 두 마리가 동시에 땅바닥으로 떨어져서는 양쪽으로 갈라져 달아난다. 어쩌면 쥐들은 이미 '손자병법을 터득했나봐' 하며서 한바탕 웃었다.

그인 정강이가 까지고 망치로 손을 몇 번 내리쳤는지 모른다. 이틀을 꼬박 했지만 아직 하루쯤 더 잡아야겠다. 부자가 땀을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정녕 보기 좋다.

언제나 아버지와 떨어져 살면서 몹시도 정에 굶주린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그렇게 끔찍이 잘하는 걸 보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다시금 음미하게 된다. 혼자서 펴고 재고 마음대로 다니며 원없이(?) 인생을 유유자적 즐긴 사람. 그이는 너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무엇이 어찌한다든가.

행운은 하늘이 정하고, 행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고 한다. 때로 우리는 너무 특별한 행복을 찾으려 해서 어려운 것은 아닐까. 겸허한 마음으로 욕심을 확 줄이면 '작고 평범한 행복'이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하리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듯한 씨앗에서도 생명의 삯이 트듯, 우리는 '행복의 씨앗'을 잘 심고 가꿔서 '행복을 부화하는 기술'을 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유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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