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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골목식당과 골목교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대세다. 음식 좀 한다는 사람, 맛 좀 안다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먹고 사는 많은 사람이 백종원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음식이 맛없으면 설탕을 듬뿍 넣으라고 해서 시작된 화제는 골목을 찾아다니며 맛을 파헤치고 음식을 즐기는 입심과 실력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지경까지 발전했다.

마법의 손처럼 그가 제시한 솔루션을 수행한 식당은 대박이 난다. 그가 감동하고 칭찬한 식당은 손님이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린다. 음식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백종원 대표의 혹독한 비평 앞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그의 칭찬 한마디에 하늘을 얻은 듯한 표정이 된다.

백종원은 잘 알고 많이 안다. 음식을 만든 사람조차 무의식으로 흘렸던 일들을 끄집어내고 주방장도 잊은 식자재의 상태를 조금의 오차도 없이 진단한다. 시청자들조차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기도 하고, 안쓰러워하기도 하는 공감을 끌어낸다. 삶의 기본인 먹는 일을 외식산업과 예능으로 버무려서 화제의 중심에 놓았다.

그가 대세인 것에는 지식과 경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어쩌면 더불어 잘살자는 시대의 화두에 가장 근접한 인물인지 모른다. 그가 등장하는 화면에는 먹는 것에 대한 진지함과 함께 안타까움과 따뜻함도 섞여 있다.



백종원 대표의 인기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젊은 창업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때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오래된 식당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매의 눈으로 관찰을 한다. 포기하려는 식당 주인을 젖은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렇게 그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라는 '골목 식당'을 흘깃거리며 보다가 어느 날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울 청파동 신흥시장 안에 있는 횟집에서 그는 아귀찜과 알탕을 먹으며 혼자말로 말했다. "어 진짜, 동네에 이런 집 하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 동네 사람들은 좋겠다'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나는 그게 왜 '동네에 이런 교회 하나 있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할까'로 들렸을까?. 백종원 대표가 골목 식당을 진단하듯 길목마다 서 있는 교회를 진단하는 감별사가 있다면 우리 교회는 어떤 평을 들을까. 오래 묵은 고기 덩이를 냉동고에서 꺼내 적당히 녹여 대충 요리해 내놓는 식당도 있다. 생선 알을 해동시키려고 수돗물에 담그고 그 위에서 손을 닦는 주방장도 있었다.

손님 입맛은 어떻든 내 입에는 맞는다고 생각하는 식당 주인도 있다. 배우고 연구하며 조언에 귀 기울이는 청년 창업자도 있다. 오래도록 깊은 맛을 지켜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늘 그 모양인 식당도 있다.

교회는 어떨까? 이민 사회에도 차고 넘치는 교회를 골목 식당처럼 파헤치면 어떤 모습일까?. 생존이 막막한 일인 식당 같은 교회도 있고 넘쳐나는 사람을 주체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옹골차게 알찬 맛을 빚어내듯 복음의 길을 거침없이 가는 곳도 있고, 다 갖췄는데 정작 맛은 없듯 생명이 아닌 허세로 가득 찬 곳도 있으리라.

식당마다 백인 백미로 맛이 다르듯, 교회도 십자가 복음 아래서 모양이 다르고 맛이 다르겠지만, 그 많은 교회 중에서 누군가 교회를 생각하면서 '우리 동네도 이런 교회가 있어서 행복하네'라고 하는 교회는 얼마나 있을까.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가 있어서 우리 동네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까?.

성탄의 기쁨과 재림의 기대를 안고 보내는 계절에 예수님 오시면 뭐라고 하실까? 주님을 만날 기대보다는 염려가 앞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소금이 맛을 잃으면 뭐에 쓰겠냐는 말씀이 왜 정곡을 찌르는 슬픔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어유, 이 동네 사람들은 이 교회 때문에 얼마나 행복할까. 이 동네 사람들은 좋겠다. 이 교회가 있어서." 이번 성탄절에는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통해 세상이 모두 행복해지길 소망해본다.

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조항석 목사 / 뉴저지 뿌리깊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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