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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좋은 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1, 2013년 5월 8일,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워싱턴DC에서 다음 기착지인 LA 대신 나홀로 귀국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했다. 이유는 개인사정이라지만 전례가 없던 일이라 여러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하나 둘 사건의 전말이 언론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윤창중이 워싱턴DC에서 자기의 업무를 돕던 교포 인턴을 성추행하다 경찰에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청와대가 그를 빼돌려 조기귀국을 시킨 것이다.

대통령의 입으로 뉴욕에 도착한 윤창중은 첫날부터 현지 인턴들을 상대로 술판을 벌이며 갖은 추태와 추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 추행은 워싱톤까지 이어졌고 급기야 피해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도가 점점 심해갔다. 문제의 그날 밤 늦게 윤씨는 술이 떡이 된 채 숙소로 들어갔고 곧 무슨 공무상 급한 일이라도 생긴 양 피해여성을 방문 앞까지 호출하였으나 아뿔사! 모습을 드러낸 그의 몸 상태는 알몸 그대로였다. 놀란 피해자는 1차로 자신을 채용한 한국문화원에 항의하였으나 그들은 사건의 진실보다는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없던 일로 하자고 회유만 시도하였고 격분한 그녀가 현지 경찰에 신고하므로 사건은 걷잡을 수 없게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사건이 경찰로 넘어가자 윤씨의 직속상관인 이남기 홍보수석은 그를 자기 숙소에 은닉시킨 뒤 급히 항공편을 마련하여 무조건 귀국케 함으로 자못 사건이 양국간에 외교적 마찰을 빚을뻔 하기도 하였다. 한국에 돌아온 윤창중은 며칠 뒤 기자 앞에 섰고 피해자를 향해 공식직함인 인턴이란 말대신 가이드 운운하며 의도적으로 피해여성의 인격을 폄하하는가 하면 "허리를 툭 치며 잘해 한 것"이 전부라는 등 전혀 죄의식 없는 말장난으로 국민들의 빈축만 샀다.



#2. 2018년 12월 20~29일, 경북 예천군의원 9명 전원과 사무과직원 5명이 미동부 및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그리고 현지시간 23일 오후 6시경 캐나다 토론토에서 문제의 사건을 저지르므로 성탄연휴에 들뜬 한국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다.

버스 내에 설치된 CCTV에 나타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운전석 맞은편 뒷좌석에 비스듬히 누워있던 한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고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아있던 누군가의 얼굴을 불문곡직(不問曲直) 강타한다. 얻어맞은 사람이 길게 팔을 뻗어 방어해 보지만 주먹질은 멈추지 않는다. 차 안에 몇몇의 그림자가 보였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 없는 가운데 보다 못한 캐나다 현지인 운전수가 나서 싸움을 말렸다. 보도에 의하면 이날 주먹질을 한 장본인은 박종철 의원이고 당한 사람은 캐나다 현지 가이드라고 한다. 폭행의 결과는 참담했다. 가이드의 안경이 깨어지면서 파편이 눈알을 찔렀고 미간과 두 눈두덩이 찢기면서 얼굴에 선혈이 낭자했다. 그나마 파편이 동공 깊이 박히지 않아 실명의 위기를 피했다는 것이다.

사건 후 무마 과정은 어이가 없다. 의회 의장의 중재로 얼마간의 치료비를 후에 주기로 합의하고 반 억지로 피해자의 서명을 강요한 박씨가 서류를 손에 넣자 바로 "너도 나 때려봐라. 나도 돈 좀 벌어보자"라고 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 대신 합의서만 들고 국내로 돌아온 박종철은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먹 대신 손바닥으로 쳤다느니 얼굴의 상처는 손톱에 긁혔다"고 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다 CCTV가 공개 되자 잘못했다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지금 예천군민들은 분노 속에 9명 전원의 의원직 사퇴는 물론 박종철을 공천한 한국당과 최교일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두 사건은 한국 정치인들에 의해 무참하게 인권이 짓밟히고 제대로 회복조치조차 없는 우리 청년동포들의 억울천만을 당한 작은 예다. 사건만 나면 일방적으로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 국익 운운하며 회유와 협박으로 입막음 하려고만 하였고 언론조차 이에 동조하여 피해자의 억울함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두 사건을 대하는 필자의 심정은 착잡하다. 그토록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좋은 나라로 자녀들이나 청년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무엇보다 부아가 치미는 것은 우리 해외언론들의 보도 자세다. 왜 한국에서 날아오는 이야기는 잘도 베껴 쓰면서 바로 옆에 있는 피해자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가 해서다. 이제라도 예천군 박종철 사건을 통해 제대로 된 우리의 목소리를 한국에 전하므로 더 이상 제2의 인턴 및 가이드의 억울함이 발생치 않도록 힘을 합하였으면 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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