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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보고 싶은 그림

새해가 시작됐다. 새 달력이 걸려 있다. 달력은 대체로 그림을 동반한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 아름다운 풍경 사진, 잘 알려진 관광지의 낯 익은 모습, 화려한 꽃송이, 유명 상표를 앞세운 값비싼 자동차나 가구 등 모두 우리 눈을 잡아당기는 것들이 잘 인쇄되어 반짝거린다. 그렇게 많은 종류의 그림 달력 중에서 한 개가 선택되어 벽에 걸린다. 집 주인이 보고 싶어하는 그림이 거기에 있다. 그림이 번거로운 사람은 숫자만 나열된 것을 찾는다. 그것 또한 그 사람이 보고 싶어하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문물이 발달하지 못했던 오래 전 그때에는 그림이 아주 큰 역할을 감당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최고의 수단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원시 동굴의 벽화에서부터 신앙을 고취시키는 종교화, 재미있는 설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민중의 소박한 그림, 조선시대 백성을 가르치고자 했던 삼강행실도까지 사람들은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받아들였다. 화가들은 사람들의 바람을 받아 여러 가지 그림으로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구체화하여 나타내 주었다. 개국 선조의 용맹한 모습이나 기억하고 싶은 역사의 그때 혹은 초원을 달리는 정복자의 위용을 가장 그럴듯하게 그려낸 화가가 아마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역사상 유명한 똑같은 사건을 그려낸 많은 화가들이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사랑 받는 어느 그림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장면을 잘 들어내 보여준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어떤 이야기들은 보고 싶은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무릉도원, 유토피아, 신선의 계곡, 샹그리라 등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른 완전한 삶이 드러나는 그런 곳의 그림들이다. 눈물도 없고 애통하는 것도 없고 미움도 없고 고통이 없는 곳은 이런 모양이 아닐까 하여 열심히 생각하여 그려낸 그곳의 모습이다. 지금의 세상에는 없는 그런 동네에 가면 우리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써 찾는 행복이라는 것을 만날 수 있을까. 그곳의 모양이 모든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런 동네의 그림일까. 모든 사람의 욕심을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그림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마지막에 이런 비슷한 곳으로 말의 나라가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그 나라가 보고 싶은 나라가 되고 있는 것은 어떤 뛰어난 왕이나 특별한 물질이나 신비한 힘에 의해서가 아니고 그곳에 살고 있는 말들의 온전한 정신 세계 때문이다. 올바른 가치 추구가 가져오는 보고 싶은 세상을 걸리버는 발견한다.

이발소 그림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다지 고상한 그림도 아니고 아이들 솜씨의 유치한 그림도 아니고 그저 그런 그림, 그러나 보통 사람들인 서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쉽고도 친근한 그림들이었다. 어쩌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그림이 보여주는 풍경이 알게 모르게 우리들이 바라고 원하는 삶의 모습을 담고 있었을 것 같다.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라는 낯 익은 시구와 함께.



새 달력을 펼치어 선택된 그림을 보며 새로운 한 해 속에 펼쳐 놓을 보고 싶은 그림을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꺼내 보이지 못했던 것 일수도 있다. 지나간 한 해보다 훨씬 긴 시간 소리 없이 그려보던 보물 같은 것이다. 12장의 달력 갈피에 아무도 모르게 간직 되어 있을 정말 보고 깊은 그림이 어느 날 달력의 숫자들을 밀어내고 눈 앞에 드러나는 그래서 구김살없이 환하게 웃어보는 꿈을 바라본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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