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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두물머리의 상념

중용의 미학, 지혜. 2019년 나의 새해 좌우명이다. 펜을 꾹꾹 눌러 일기장 앞 표지에 위에 적어 되새긴다. 잠시 고개를 들고 생각에 빠진 눈앞에 저녁놀 아래 반짝이던 물빛 나루터 고국, 양평 두물머리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갈래 물이 합쳐져 유려히 흐르는 양수리. 흐늘어진 느티나무 아래의 호젓한 벤치와 정박해 있는 나룻배의 영상이 사무치게 아름답다. 무엇보다 두 물이 만나 그토록 아름답게 흐른다는 의미와 '두물머리' 라는 그 이름이 하도 예뻐 벅차게 감동하던 느낌이 새삼 아련하다.

두물머리! 왜 이 단어가 그렇게 내 마음을 격렬히 흔들었는가. 감정의 핵폭탄을 경험했다. 감정이 이성을 앞서는 나의 성격은 한쪽에 취하여 소중한 많은 것을 놓쳐버린 지난 세월 속의 시간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혼란한 마음을 정리할 겸 북클럽에서 선정된 2019년 1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책을 손에 들었다. 그런데 마치, 미리 예고나 한 듯 나의 올해의 좌우명과 같은 예문의 이야기에 놀라 그 페이지에 오래 머물렀다.

행복의 비밀을 찾으러 사막 길을 나선 한 젊은이가 한 현자의 저택에 이르렀다. 거실에는 음악이 흐르며 성대란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현자는 지금 당장 행복의 비밀을 설명할 수 없지만, 우선 자신의 저택을 구경하고 다시 오라고 했다. 다만, 지켜야 할 일은,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네며 걸어 다니는 동안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젊은이는 찻숟가락의 기름을 쏟을까 전전긍긍하며 그것에만 신경이 쓰여 대 저택의 아름다운 정원과 서재의 양피지에 쌓인 훌륭한 책들조차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는 현자에게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다고 고백하였다. 현자는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다고 하며 다시 집을 둘러보고 오라고 한다. 젊은이는 이번에는 저마다 제자리에 꼭 맞게 놓여있는 예술품의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는데 그가 다시 현자를 만났을 때 숟가락의 기름이 다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말은 것이다. 그때 현자는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데 있도다" 라고 말한다.

참으로 깊고 심오한 지혜는 삶의 철학이다. 현자가 마치 나의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듯하다. 아아! 나는 얼마나 많은 나날을 한쪽에 치우쳐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는가.



그렇다. 극과 극은 존재의 운명이다. 절망과 희망, 불안과 안락, 어둠과 밝음, 죽음과 삶, 서양과 동양, 양극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은 삶의 과제이다. 서로가 기대고 있는 무수한 양극 속의 눈부신 조화로움과 균형을 찾아 나가는 고되고 아름다운 생의 여정 앞에 겸허해지며 힘이 솟는다. 지나치게 한 쪽의 생각에 함몰 되어 나 스스로의 상처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상처 준 시간들에 참회하며 새로운 중용의 미학을 새해 좌우명으로 새 마음을 정리 해본다.


곽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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