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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시론] 중국의 오만 부추기는 한·일 관계 악화

한국과 일본은 급속도로 악화한 한·일 관계에 대해 미국이 수동적인 태도로 관망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미국 정부는 한·일 관계를 깊이 염려하고 있다. 미국의 걱정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에서 드러났다.

맥매스터는 연설 대부분을 중국과 북한 때문에 생긴 난제들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중국에 대해서는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연설의 핵심은 중국과 북한 때문에 발생한 난관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전 세계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전략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행보는 더욱 과감해지고, 북한은 절대로 비핵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맥매스터는 경고했다.

맥매스터는 우회적인 어조로 최근 일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가 전략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뜻이 맞는 국가들이 함께 어울려 일하고 우정과 확신을 나누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독립의 아이콘 유관순을 언급했다. 유관순은 극심한 고문 속에서도 시위 가담자들의 이름을 끝내 발설하지 않았고 '대한독립'을 외치며 17세의 나이로 1920년에 눈을 감았다. 맥매스터는 유관순이 비단 일제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법의 지배라는 가치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관순은 과거 일본 제국과 확연히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서 일본에 대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계속 원한을 가지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에 맥매스터의 연설이 한국인에게 널리 주목받기를 원했다. 이후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고,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지난해 12월 28일 일본 정부는 비무장 상태인 일본 초계기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이 사격통제 레이더로 포착하는 장면의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 측은 곧바로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이 찍힌 다른 영상을 공개하며 당시 일본 초계기의 근접 비행이 해군에게 위협적이었으며 한국 함정은 추적 목적으로 레이더를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일 양국 간에 논박이 벌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국내의 정치적 반발을 우려해 일본 기업과의 정기 콘퍼런스나 모임 등을 피하게 됐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측에 사전에 예정되어 있던 한·미·일 3국의 학자 및 외교관들을 대동한 콘퍼런스에 불참한다고 알렸다.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는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는 사실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한·일 관계 악화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필요한 기준과 가치를 수호할 만큼 제대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중국의 오만을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일본과 한국의 갈등 심화는 필연적으로 한·미 동맹에 긴장을 초래하고, 아시아 패권을 노리며 전후 아시아 국가의 동맹 관계가 분열되기를 내심 바라는 중국에 틈을 주게 된다.

미국은 중국이 일본이나 호주보다 한국을 쉬운 표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중국과의 사드 분쟁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과 갈등을 벌이는 한국을 보며, 중국은 한국을 홀대해도 전략적 보복이 없으리라는 확신을 더욱 굳힐 것이다. 적을 저지하는 데 뜻이 맞는 동맹과 협력하지 않으면 적은 도발한다.

한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미국이 바란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 식의 역할은 일본도, 호주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맥매스터의 연설처럼 한국은 전략적인 능력을 갖추고 중국과 북한의 책략에 놀아나지 않아야 한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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