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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감옥에 있는 사람만 죄인인가

친구들 모임에서 "자넨 아직도 거기를 들락거리는가"라며 한 친구가 말을 건다. 뭐라고 할지 몰라 웃다가 "교도소에 출입하면서 혼자서 꽤 재미를 보네"라고 했다. 세상에서는 내가 가진 무엇으로도 'VIP' 대접을 받을 수 없는데, 그곳에 가면 교도관이 예배당까지 인도하며 "언제든지 필요하면 벽에 있는 빨간 단추를 누르라"고 말해 준다. 그러면서 좋은 일 한다고 정중히 감사표시를 한다.

또 긴 복도에서 재소자들이 줄서 이동할 때 내가 걸어가면 교도관들은 재소자들에게 벽을 보고 서라고 한 다음, 내가 지나갈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내가 지나가야 그 행렬이 다시 이동한다. 나를 보호, 인도해 주는 것이다.

이럴 때면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가 숙여지기도 한다. 저 사람들하고 나하고는 과연 무엇이 다른가? 죄라는 것은 무엇인가? 저들의 드러난 죄는 피와 생명 같은 시간을 교도소라는 격리된 공간에서 보내고 일정 형기를 마치면, 육신으로 지은 죄는 다 사함을 받게 되는데…. 나는 오늘까지 죄라는 것을 세상에 들어내 놓고 사함을 받은 적이 없지 않은가.

무슨 사역을 한답시고 멀쩡하게 다니는 내 속에서 끈질기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죄의식은 과연 무엇인가? 사도 바울이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안다"고 한 말은 나 같은 사람이 깨달아야 할 말이다.



한번은 내가 간증을 하니까, 한 재소자가 "그때, 네가 그런 일에 가담하고 죄가 드러났더라면 당신도 오늘 우리하고 이 자리에 같이 있을 뻔했는데"하며 웃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때 '두 행악자'가 좌우에 달려 있었는데 한 강도는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기억하소서"하니, 예수님께서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하신 성경 말씀이 기억난다.

나는 채플 시간이 끝나고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를 할 때, 재소자들에게 나의 사역을 위하여 기도해 주기를 요청하는데 그러면 통성으로 기도를 해준다. 가끔 재소자 중에서 "나 같은 사람도 당신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 의미를 아는 내 답은 '나 같은 사람도 당신을 위해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들으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그날의 채플 예배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내일도 교도소에 가 그 형제 자매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싶어 진다. 그들이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기를 원해서다.

사형 집행 현장에서의 이야기다. 형장으로 끌려나가는 사형수가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이 부탁 좀 꼭 들어주십시오. 제 피는 O형 포즈티브(positive)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한번 하고 가게 해 주십시오. 뽑을 수 있는 대로 내 피를 뽑아서 필요한 환자에게 넣어 주십시오. 믿고 천국 가고 싶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재소자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변성수 / 연방 및 카운티 교도소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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