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과 예술] 85세 어머님의 왈츠

타주에서 정성 어린 필체로 보내온 독자의 편지를 받았다. 내용인즉 댄스칼럼을 통해서 춤의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되어 주위의 동료들과 댄스를 배우려고 하는데 나이는 68세라고 밝히셨다. 밝고 활기차게 새로운 삶으로 진입해 보고자 한다며 처음 춤에 입문할 때의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부부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요즘은 의외로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춤을 운동 삼아 즐기는 분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쉰쯤 되어 보이는 딸이 85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학원을 찾았다. 어머니가 동네의 시니어센터에서 왈츠를 배우는데, 경험이 많은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비교하니 어머님 자신이 뒤쳐지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여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하여 모시고 왔단다. 어머님은 얼굴이 미인형에 자세도 꼿꼿하여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젊어 보였다. 50대의 다른 수강생은 "아니 어쩜 힙이 나보다도 예쁘게 올라가 있어요?"하며 어떻게 관리를 해야 저런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까가 관심대상 이었다.

그녀는 수업시간에 배운 왈츠 연습을 거의 완벽하게 해가지고 오기 때문에 그 다음 스텝을 나가도 무리 없이 잘 소화해내어 춤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제분들이 번갈아 가며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수업시간에 딸은 뜨개질을 하며 어머니를 기다린다. 85세의 어머님이 예술적인 기질과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예전에 달리기 선수였다고 했다.

내 예감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 그러나 아무리 선수를 했어도 자신의 몸관리를 게을리하면 그 나이에 보통사람과 다를 바가 없을 텐데 어머님은 하루 일정을 정해 놓고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철저한 자기관리형 이라고 했다. '건강나이' 라는 말이 생각났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 젊은이들도 뻐근한 목근육이나 어깨를 풀어주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나이가 들기도 전에 자세가 흐트러지고 그로 인해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따님 말에 의하면 걷기와 독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신다니 나이가 다 무슨 상관인가. 고령화 시대에 살면서 개개인이 자신의 건강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각자의 수명이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댄스 스튜디오 안에는 우리 부부의 댄스사진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사진 중에 101살 부부의 왈츠를 추는 사진이 걸려있다. 어느 미국잡지에서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찍은 사진인데 소년, 소녀처럼 아름다워 보여 액자에 넣어 걸어 놓았었다. 노부부는 은퇴 후에 춤을 배우게 되면서 부부 사이가 돈독해지고 건강도 찾게 되어 행복하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추는 프리스타일 소위 '막춤'에는 익숙하지만 품위 있게 추어야 하는 볼룸댄스는 배울 기회가 별로 없어서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품위 있는 춤을 출 수가 있다.

춤이 인간에게 주는 즐거움은 대단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나 멋지게 춤 자체를 즐기며 행복함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수미 / 영댄스 대표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