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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까짓것

어떤 괴로운 일이 생겼을 때 쉽게 무시하고 지나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음으로는 아무리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도 신경은 온통 괴로운 쪽으로 향합니다. 일 자체도 힘이 들지만 신경을 쓰는 게 더 힘들게 만듭니다. 신경을 쓰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것입니다. 자면서도 날카로운 신경은 에너지를 씁니다.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살이 빠지는 건 그런 이유일 겁니다.

우리말의 '까짓것'은 '까짓'에서 출발한 말입니다. 별것 아니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까짓것은 명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감탄사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 까짓것 그 까짓것 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원래 '까지'라는 말과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는 옛 자료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자료를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까짓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대수롭다는 말은 어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대수는 대사(大事)라는 말에서 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까짓것이 대수야?'처럼 함께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까짓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속이 시원할 때가 있습니다. 별거 아니니까 툭툭 털어버리라는 느낌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서 어떤 것을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착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번 빠져버리면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생각은 바깥을 맴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까짓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까지'와 비교해서 보면 그 정도까지는 괜찮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잃어버렸을 때 '100만원 까짓것 원래 없었던 것으로 치지 뭐!'라는 말에서 100만원까지는 나에게 없어도 되는 돈이라는 생각이 담겨있는 겁니다. 까짓것은 그런 정도까지의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을 하는 겁니다. 즉, 대수롭지 않게 여기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속담에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자라에게 크게 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두려운 것이겠죠. 자라에게 손가락이라도 물린 경험이 있다면 정말 두려울 겁니다. 손가락이 잘리기도 한다고 하니 무서운 일이죠. 그런데 솥뚜껑은 사실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자라에 대한 기억 때문에 놀라게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분명히 솥인 줄 알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왜냐하면 솥을 보고도 자라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자라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불안한 추억이 생각이 나서 괴롭습니다.

물론 우리 삶에서는 자라와 솥처럼 예전과 완전히 다른 일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전에 당한 괴로움보다는 작은 일이지만 여전히 괴로운 일인 경우입니다. 작은 괴로움이어도 예전의 기억이 괴로움을 떠올리게 하여 고통을 배로 높입니다. 도대체 진정이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예전처럼 힘들어질까 봐 걱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힘든 경험은 예방주사가 되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악몽(惡夢)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럴 때 까짓것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겠지만 내가 지금 겪는 일을 별거 아닌 것으로 넘겨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지금을 까짓것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까짓것은 많은 경우에 해결책이 됩니다. 나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나를 방어하는 힘이 생기는 겁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입 밖으로 까짓것을 외쳐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까짓것은 명사이기도 하지만 감탄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감탄사는 소리를 내면 더 힘을 얻습니다. 돈이 문제면 까짓것 다시 벌면 되고, 공부가 문제면 까짓것 다시 열심히 하면 되는 거죠. 사람이 문제인 경우에도 까짓것, 어떤 문제가 닥쳐도 까짓것이라고 외치면 됩니다. 까짓것은 마음의 주문이 됩니다. 나를 다시 세워주고, 부정의 생각을 없애는 주문입니다. 정말 힘들다면 주문을 외워보세요. 까짓것!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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