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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한국교회사

개신교와 천주교의 공동번역성경

지난 학기에 지도했던 수업에 이웃의 천주교 신학교 학생 두 명이 참여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이었는데 적극적이고, 예의 바르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다른 학생들과 너무 잘 어울리며 지냈더랬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기말 리포트는 천주교 선교와 현 교황의 교회론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개신교인들과 천주교인들이 얼마나 가까운지, 그리고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기억하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1977년 부활절에 공동번역 성경이 출판되었습니다. 성서는 고대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쓰여진 원본으로부터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되는데, 한국 성서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번역된 것입니다. 이 번역본이 가지는 의미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번역했던 데에 있습니다. 한국 교회에 역사적인 일이기도 했고 세계에서 네번째로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은 개신교와 천주교가 다른 길을 걷게 했습니다. 개신교는 천주교가 타락하고 이단적인 교회라고 비판하였고, 반대로 천주교는 개신교회를 열등하고 부족한 교회로 취급했습니다.

이러한 두 교회가 한국에서 함께 성경을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1968년 2월 개신교회와 천주교회가 각각 5명씩 참여하여 성서공동번역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천주교회에서는 선종관 신부가 대표격이었다면 개신교회에서는 진보적인 구약학자인 문익환 목사가 앞장 섰습니다. 그리고 감리교의 작가인 이현주는 문법과 문체를 다듬었습니다. 신약 번역본이 1971년에 그리고 구약 번역본이 1977년에 출판되었습니다.



두 교회를 위한 성경으로 번역된 공동번역성서는 원어를 직역하면서도 한국인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고린도 전서”는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번째 편지”라고 표현했고, 정승, 거뭇, 잠뱅이 등의 우리의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한국어의 시어체 등을 사용하여 느낌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1995년에는 새로운 문법에 따라 소폭 개정하여 사용되었습니다.

공동번역이 출판되자 그 역사적인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반응들이 나타났습니다. 제 2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개신교와의 협력을 장려하였던 천주교회는 공동번역성경을 환영했습니다. 2006년 천주교 새번역을 사용하기까지 공동번역성경은 한국 천주교회와 예배를 위한 성경이 되었습니다. 정교회와 성공회도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공동번역을 환영하지 않았습니다. 위계 조직이 다른 개신교회에서는 성서가 교회와 신앙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짐으로, 각 교단 혹은 각 교회가 예배를 위한 성서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번역의 원리와 내용, 그리고 문체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포함되어 있고, 특히 신,구약 성경 외에 외경의 존재는 개신교회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번역에 참여한 이들이 개신교 전체의 대표성을 가지기 어려운 진보적 교회의 일원들이란 당파성도 있었고, 그 밑바탕에는 천주교회에 대한 불신이 있기도 했습니다.

기독교 성경은 한국 개신교, 천주교가 공동으로 번역하였지만, 공동으로 사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명동성당, 개신교의 아카데미 하우스, 서강대의 종교신학연구소 등 두 교회가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과도 비슷합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지만, 큰 흐름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좋은 친구도 될 수 있고 선한 일들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하지만, 아직도 서로 크게 다른 교회와 믿음을 확인하는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네요. [교회학 박사]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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