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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등뼈가 되는 사람

꼿꼿이 서서 바로 걷는 것도 행운이다. 길 안 잃고 내 집 찾아오는 것도, 큰 실수 안 하고 민폐 안 끼치고 사는 것도 정말 다행이다. 산다는 것은 이름 없는 풀잎같이 위태롭고 보잘것없어 바람이나 먼지처럼 형태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1974년 미국 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은 에티오피아 아파르에서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화석을 발견했다. 두개골과 허벅지 뼈, 척추, 갈비뼈 등 인체의 40%에 달하는 이 화석은 무릎 구조와 척주만곡 등 수직 보행 구조를 갖고 있어 과학자들은 최초의 인간으로 규정해 '루시'란 별칭을 붙였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직립보행이다. 직립보행으로 두 손이 자유로워진 인간은 도구나 연장을 만들면서 기술이 발달되고 집 짓고 가축 키우며 농사를 짓게 돼 문명의 발달을 가져온다. 기원전 400만 년에 직립보행이 가능한 최초의 인류가 등장하는데 직립보행으로 척추 질환 및 출산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 대신 인간에겐 다른 사람에게 내밀어 도움을 줄 수 있는 '손'이 생겼다.

척추는 몸의 중심축을 이루며 신체를 지지하고 평형을 유지한다. 무척추동물은 등뼈가 없어 흐물흐물하다. 요즘 세상에는 등뼈 바로 세우고 통뼈로 사는 사람 보기 힘들다.



살다 보면 혼자서 결정하기 힘든 때가 있다. 긴가민가 헷갈리고, 판단이 안 서고, 이래야 될지 저래야 될지 가닥이 안 잡히고, 갈팡질팡 우왕좌왕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 한강에 빠져 죽을까 말까 하는 사람에겐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소원대로 빠져죽게 내버려 두든지 끌어안고 달래 살게 도와주든지.

생의 힘든 언덕을 넘을 때마다 버팀목이 되고 등뼈 든든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정말 다행이다. 모든 사람이 잘했다고 박수칠 때 단 한 명 아니라고 고개 젓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은 축복이다. 지난주 목숨 걸 큰일도 아닌데 이럴까 저럴까 부질없이 망설였다. 상황이나 추스름, 집필에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에 설렜는데 어떤 어르신의 촌철살인 충고에 따랐다. 뼈있는 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등뼈 곧추세우고 한 우물 파며 바른 삶 산 사람이 뼈 있는 충고를 한다.

요즘은 옳은 말 하며 똑바로 가는 사람 찾기 힘들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이 편이 저편 되고, 안 될 일이 되고, 될 성싶은 일이 뒤집히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세상 속에서 올곧게 바른 길 걷기 힘들다. 직립 보행은 신이 인간에게 준, 동물과 구별되는 위대한 선물이다. 멀리 보고 바로 가고 힘든 사람에게 두 손 내밀라는 하늘의 명령이다.

인간의 길, 사람의 길은 힘든 고행이다. 그 먼 여정 속에 허물어지고 넘어질 때 든든한 등뼈가 돼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힘들고 지칠 때 등 기댈 얼굴을 떠올리는 것은 따스한 행복이다. 아플 때 내 손 잡아 준 그 다정한 손길로, 나도 손 내밀어 누군가의 등받이가 되는 날은 쥐라기에 남긴 공룡의 발자국 찾는 신선한 아침이다.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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