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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하노이에 거는 희망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정해졌다. 당초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하노이가 다시 한 번 세계사적 무대가 되었다. 이번 북미회담의 성패는 양국이 얼마만큼 70년 구원(仇怨))의 역사를 정리할 수 있나에 달렸다. 그렇기에 하노이가 정답이다.

하노이는 베트남인들에게 전쟁의 아픔을 상징한다. 하지만 불굴의 민족정신, 동시에 과거의 적과도 함께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국가 전략의 유연성을 웅변하는 도시이다. 그렇기에 북미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하노이가 최적이다. 화해를 위한 회담장소로 다낭은 적절하지 않다.

1965년 3월 미 해병이 남베트남(이후 월남)의 다낭에 상륙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군의, 한국군의 전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 후 약 8년 동안 미국은 연인원 3백만, 한국은 32만 병력을 베트남 전쟁에 쏟아 부었다. 미국은 5만8천을, 한국은 5천명의 생명을 베트남에서 잃었다.

다낭은 월남 패망의 신호탄이었다. 1975년 3월이 전략적 요충지가 무너짐으로써 월남은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그 때 다낭은 월남의 치부를 드러냈다. 공산군을 향해 사용하라고 준 무기를 쏘아 대며 탈출 행렬의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월남 패잔병들에 의해 다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렇게 다낭이 넘어간 뒤 한 달 후, 수도 사이공은 함락되고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비극의 전쟁은 끝났다.

다낭이 실패의 상징이라면 하노이는 의지와 희망을 대변한다. 미국은 전쟁 초기 공폭에 의지하면서도 하노이에 대한 공격은 자제했다. 북베트남(이후 월맹)의 전의(戰意)를 증폭시키고, 중국(중공)과 소련의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1972년에 공폭 전략이 바뀌어 하노이와 인근 지역에 대한 폭격이 정당화 됐다. 월남 내 공산반군의 전투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월맹의 인적, 물자의 지원을 끊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쟁의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월맹 인민들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는 전략이 지배적이었다. 민간과 군사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는 융단폭격이 동원됐다. 융단폭격은 이미 파괴된 공격물을 다시 폭격함으로써 공폭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공포상태를 지속시킨다.

미국은 하노이 맹폭작전을 '라인백커(Linebacker)'라 이름 지었다. 미식축구에서 상대방의 공격에 태클을 걸어 저지하는 거구의 수비수를 말한다. 폭격기 B-52가 이들이었다. 최악의 '라인백커' 공격은 1972년 12월 18일부터 29일까지 11일 동안 이루어졌다. 파리에서 진행 중인 종전회담에 임하는 월맹에 압력을 가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시설파괴가 아니라 피를 보게 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총 2만 톤의 폭탄을 투하했다. 월맹 정부가 발표한 민간인 사망자는 1천6백 명.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피해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공폭의 행진이 성탄일인 25일에는 하루 동안 중단되었다. 닉슨이 월맹에 선물한 슬픈 '하노이의 휴일'이었다.

하노이 맹폭작전 종료 한 달 뒤인1973년 1월 27일 월맹은 미국과 휴전에 동의했다. 융단폭격의 결과일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하지만 월맹은 전열을 가다듬고 2년 후 월남에 대한 전면 공격을 가했다. 미 해병대의 다낭 상륙 10년 만에 월맹은 베트남을 통일했다. 공군력 하나 만으로도 적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허세는 베트남 전장에서 무너졌다.

공폭의 파괴와 아픔으로 치면 북한의 평양도 베트남의 하노이에 지지 않는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간의 과거의 아픈 역사도 종식되길 바라며 앞으로 두 나라는 다른 곳을 배회하지 않고 양국의 수도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호텔 입구가 아닌 상대방의 대사관에 걸린 국기가 두 수도에 휘날리는 모습도 꿈꾼다.


이길주 / 버겐커뮤니티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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