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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진실과 거짓 사이

진실과 거짓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양심이다.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옳고 그름, 선과 악을 판단하는 도덕적 의식이다. 잘못을 저지르면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가책은 잘못된 일을 꾸짖고 책망하는 마음이다. 언제부터인가 선과 악, 진실과 거짓, 도덕과 폐륜, 가치와 퇴폐, 양심과 비리를 혼란시키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오만, 거짓 선동과 진실게임은 정신 멀쩡한 사람의 양심마저 멍들게 한다. 이제 누구도 누구를 믿지 않는다. 쓰레기가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손가락질 하고 적폐를 적폐로 청산하는 무리들의 적폐 행각에 망연자색, 시대의 끝자락을 보는 암담한 심정이다.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는 우리 어머니 개똥철학이 통하던 시절이 그립다. 요즘 들어 장원급제한 암행어사 이몽룡이 서슬 퍼런 기세로 탐관오리 변학도를 문초 하는 장면이 보고 싶은 건 웬일일까. 계층의 벽을 넘은 몽룡의 사랑과 춘향의 정절은 인간평등과 신분해방, 권력의 횡포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민초들의 의지가 잘 나타나 있다. 금수저 흙수저 안 따지고 기생 딸을 사랑한 몽룡도 몽룡이지만 거지꼴로 변장한 몽룡에게 "변사또 생일날 맞아 죽거들랑 서방님 선산 발치에 묻어달라"는 춘향의 기개가 모질고 아름답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백만 수천만의 몽룡과 춘향이다. 거짓과 부패, 말바꾸기와 시침떼기, 능청과 간교함, 말돌리기와 사건 은폐, 궤변과 세치 혀로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조롱하며 시대를 농락하는 세력들에게 청천병력으로 호통치는 국민들의 단결된 목소리다.

'남의 눈에 눈물 내고 제 눈에는 피눈물 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권선징악이 진부한 소설의 결말이라 해도 요새같이 별의별 요상하고 희한한 논리가 창궐하고 치부가 폭로돼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뻔뻔하기 그지없는 작자들의 안하무인격인 오만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권선징악의 엄격한 잣대로 징벌을 내렸으면 한다.

노나라 좌구명은 '춘추좌씨전'의 주석에서 "춘추(春秋)의 기록은 문장은 간략해 보이지만 뜻이 다 담겨있고, 사실을 서술하였지만 뜻이 깊고, 완곡하지만 도리를 갖추었고, 사실을 다 기록하되 왜곡하지 않고,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장한 것이니, 공자 같은 성인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지을 수 있었겠는가" 라고 극찬했다. '춘추'는 노나라의 은공(隱公)부터 애공(哀公)에 이르기까지 12명의 군주가 다스렸던 242년간의 역사를 편년체(編年體)로 쓴 역사서로 공자가 가장 심혈을 기우려 쓴 오경(五經) 중 하나다. 자신에 대한 후세의 평가가 오로지 '춘추'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단언할 만큼 대의명분과 역사의식, 공자의 가치관이 잘 나타나 있어 역사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중략)/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중에서. '삼인성호(三人成虎 )'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드는 시국이다. 추락 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땅에 떨어지면 깨지고 망가진다.

속도 알맹이도 없이 허위와 음모로 무장한 껍데기들은 떠나라. 진실을 위장한 거짓도 이참에 사라져라. 열흘 붉은 꽃 없다.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모사꾼의 권모술수와 모리꾼의 허언장담, 뜬금없는 수작은 부메랑의 칼날로 심장을 겨눌지니. 진실은 잠시 곤혹을 당할지라도 춘향이 사랑처럼 양심의 등불 켜고 내일의 역사를 밝힌다.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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