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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소통의 지혜

작년 가을 여섯 개 히야신타 구근을 검은 플라스틱 화분에 심고 까맣게 잊고 제대로 물도 주지 못했다. 그런데 뾰족이 연한 꽃대들이 얼굴을 내밀며 봄 소식을 전해주어 너무나 반갑고 따스한 온기로 평온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봄을 기다리면서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의연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고 새순으로 생명을 키우는 나무처럼 힘든 세월을 희망으로 빛나는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칠십 중반을 향한 꿈을 꾸어 보았다. 나무들은 눈보라를 이기는 법을 터득하고 봄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소리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메마른 일상을 잠시 멈추고 누추해지는 삶을 정갈하게 씻어 보고도 싶은데, 올해도 일월이 되니 알싸해지는 마음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이제는 놀라지도 않고, 잔디와 정원을 온통 들쑤셔 놓는 동물들의 만행을 최소화 할 소통의 방법을 습득하면서 2년 전부터 덫을 설치했다. 라쿤과 오소리는 그 사람이 차에 태워 숲 속 방목 장소로 여행을 떠나 보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자연과의 조화 속에 있는 생명체들과 소통하며 또다시 한 해를 사는 지혜를 배우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고통과 고뇌를 가슴과 머리에 지니고 각박한 세월을 각자 터득한 방법대로 살고 있지 않나.

추위와 세찬 바람이 벤치도 날려 버리던 날 자꾸 쌓이는 낙엽을 보다 그레고리를 불러 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5년 동안 미국 사우스용커스에 살고 있지만 멕시칸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영어를 못 해도 생활 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며 영어를 배우겠다는 의지도 없다. 하지만 그레고리는 겨우 몇 마디 영어로도 일상에서 순조롭게 의사소통이 되어 서로를 보며 웃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웃는 얼굴로 무슨 일에나 "노 프라브럼" 한마디면 모든 게 오케이. 소통은 누군가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싶고 그것은 서로 연결되고 싶은 욕망이라 했던가. "인생은 소통" 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언젠가 70~80대 무학의 노인들이 한글 교육을 통해 글을 깨우친 후 글자를 통한 의사소통의 현장 커피숍과 식당에서 처음 혼자 메뉴를 고르며 음식을 주문하며 기뻐하던 소통의 선물이 주는 순간 배우지 못했던 평생의 한을 풀며 더없이 행복에 겨운 모습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레고리는 50대 멕시칸 불법체류 신분이지만 델리그로세리에서 열심히 일한다. 고향에는 다섯 자녀와 어머니가 있지만 한 번도 고향에 갈 수 없었다고 한다. 바디 랭귀지로 소통의 지혜를 터득해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소통의 달인?' 같다. 서로 눈빛만 보고도 마음을 읽고 교감이 잘 되는 경우, 사람과의 관계는 한쪽에서 조금 더 진솔한 마음과 정이 오갈 때 친밀감이 더 잘 유지되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은 완벽하지 않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자기 조절 능력을 배우며 순간에 충실 하는 삶이야말로 피할 수 없는 걱정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누군가와 함께 함으로 얻는 기쁨이 치유와 또 다른 행복일 것이다. 서로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신뢰를 가지고 부드러운 눈빛 따뜻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대하는 '사랑의 마음'이 가장 소중한 소통의 지혜가 아닐는지. 오늘도 내게 투명한 소통의 지혜와 논리로, 불통과 화통으로 혼란이 올 때 이타 정신을 발휘하여,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며 행동하는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워질 때 과연 위기를 무마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이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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