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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바람직한 얼굴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얼굴 가득 세월이 묻어 있다. 높은 이마에서 긴 줄기로 뻗은 산맥의 주름 따라 눈가 주름 아래로 샛강이 흐르고, 흰 구름으로 변한 머리카락은 흘러가는 시간을 조용히 관조하고 있다. 범접할 수 없던 젊음의 탱탱함은 세월 속에 발효되고 숙성되는지, 주름은 깊은 골짜기를 이루며 더 넓은 골을 만들어 간다.

얼굴은 영혼이라는 뜻의 '얼'에 통로라는 뜻의 '굴'이 합쳐서 생겨났다. 얼굴은 얼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를 의미한다. 그래서인가, 산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푸른 산맥과 평화로운 산들이 우뚝 서 있는가 하면,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의 낯에는 둥근 바퀴가 싱그러운 바람 속에 구르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파란 강 속에 은빛 물고기가 펄떡거린다.

얼굴은 매일 매일 써 내려가는 삶의 역사책 같다. 거기에는 찰나의 인생이 꼬박꼬박 기록되어 있다. 얼굴은 나라는 존재가 지났던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발자국과 앞으로 걷게 될 미래의 흔적들로 엮어진다. 그것에는 아련한 추억과 애틋했던 미련과 따뜻한 정이 세월과 함께 수놓아져 있다. 어쩌면 세상을 뒤엎는 거대한 이야기보다 내가 걸어가는 삶의 역사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얼굴에는 온갖 인생이 춤을 추고 있다. 정직과 인내의 주름이 굳게 새겨지는가 하면 약삭빠른 계산기가 돌기도 하고, 순수한 열정과 치사한 술수가 버섯처럼 피어오른다. 화투놀이에서처럼 따뜻함과 차가움, 순리와 반전, 투쟁과 쟁취의 찰나가 화석처럼 새겨지기도 한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명함을 주고받는다. 현재하고 있는 역할과 과거의 능력들이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는 이력서. 사람들은 자기를 알릴 때 자신의 현재 능력이나 과거의 능력을 자신의 얼굴처럼 내보이고 싶어한다. 그리 보면 얼굴은 세상에서 인정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우리의 욕심은 자신의 얼굴이 감당할 만큼이어야 하고, 벌여놓은 일에 대해서는 그것에 맞는 얼굴값을 해야 할 것 같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얼굴을 가질 수 있는 것에 우리가 감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만큼 행복해질 것 같다.

어떤 얼굴이 바람직한 것일까, 나다니엘 호손은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삶에서의 바람직한 얼굴은 장엄한 위풍의 위대한 사람도 아니고, 권력에 찌든 얼굴도 아니라고 말한다.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과 지혜를 가르치는 인물이야말로 바람직한 얼굴임을 역설한다.

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개개인의 개성이 중요하다고 하는 요즈음, 나 자신에 도취한 나머지 물에 빠져 세상에서 사라진 나르시스 같은 얼굴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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