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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흑묘백묘론

미국이 월남전에 발을 디딘 직접적인 계기는 1964년 8월 2일 발생한 통킹만 사건으로 북베트남 항구인 통킹만에서 첩보작전을 수행중인던 미해군 구축함 매독스호가 어뢰정의 공격을 받은 것을 말한다. 그렇찮아도 인도차이나반도 전체가 공산화 도미노로 빨갛게 물들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주시해 왔던 미국 입장에서 통킹만 사건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다. 사건 발발 5일 뒤인 8월 7일, 미국은 보복을 명분으로 북베트남을 폭격한다. 선전포고조차 없이 전쟁을 감행한 것이다.

미국은 월남전을 대수롭지 않게 끝낼 것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월남군을 무장시켜 대리전을 통해 목적했던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 하려 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결국 미국은 1965년 3월 8일 해병대 3500명의 투입을 결행하게 되고 그 해 12월까지 20만 명에 달하는 지상군을 투입한다. 그러나 전쟁은 미국의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엄청난 군비와 물량을 쏟아 부으면 부을수록 전황은 점점 미궁 속에 빠져든다. 갈수록 미국 내 반전여론은 극에 달했고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1973년 미국은 통한의 패배를 자임하고 8년 공들였던 월남 땅을 북베트남에 넘기고 쫓기듯이 사이공을 빠져 나온다.

한편 한국이 월남전에 개입한 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였다. 1961년 군사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월남전 파병을 자원한다. 혁명으로 탄생된 불의한 정권의 정당성을 미국의 비위를 맞춰 얻어내려는 정치적인 계산에서다. 그러나 전투병 투입 대신 월등한 제공권과 함포공격만으로도 능히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판단했던 미국은 한국의 파병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나 월남전이 미국의 입맛대로 움직이자 않자 1964년 존슨 대통령은 한국군의 파병을 강력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다. 기다렸다는 듯 한국은 1973년 종전 때까지 연인원 31만2853명을 파병하고 5099명 사망, 1만1232명의 부상자라는 불행한 전과를 남긴다.



물론 챙긴 군사적, 경제적 이익은 엄청나다. 1965~1975년까지 총 2억3556만 파병 수당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냈고 그 중 82.8%인 1억9511만 달러를 송금 받아 경부고속도로 및 경제 개발의 씨앗 자금으로 활용하였다. 그 외에도 빼돌린 군사장비가 몇 개 사단을 무장하고도 남았을 것이란 풍문이 돌기도 했다. 1964년 GNP 103달러였던 나라가 1973년 540달러로 5배 이상 증가하였음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오는 2월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반세기 전 700만톤의 포탄을 퍼부었던 저주의 땅이 미국의 트럼프에게 한반도 평화를 논하라고 비단멍석을 깔아주는 셈이다. 베트남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고 당시의 상처와 아픔이 곳곳에 잔존함도 사실이다. 승리자의 아량이랄까! 다행히 북베트남은 승리했고 이제는 통일된 나라에 찾아온 평화와 번영, 부를 충실히 구가하고 있다. 그들이 만든 상품을 제한 없이 수입해주는 미국은 이제 친구가 되었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투자와 기술을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한국이 절실함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이번 북미회담을 통해 북한 김정은이 베트남 효과를 메시지로 받았으면 한다. 중국의 덩 샤오핑이 던진 흑묘백묘(黑描白描)론말이다. 베트남 곳곳에 남아있는 상흔을 통해 오늘의 베트남을 주시하길 바란다. 쥐 잡는데 도무지 소용되지 않는 핵 같은 불량물질을 과감히 버리고 미국이 주는 당근과 한국이 내미는 공동번영의 손을 잡기를 희망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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