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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작가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

의미 있는 책 몇 권을 권하고 싶다. 시인 이상묵의 장편소설 '칼의 길', 소설가 권소희의 '하늘에 별을 묻다', 박경숙의 '바람의 노래', 세 권 모두 우리 미주 한인 이민 초기 시대의 인물과 삶을 소설로 재구성하여 감동을 전하는 작품들이다.

이상묵의 장편소설 '칼의 길'은 이승만, 안창호와 함께 미주 3대 독립지사로 꼽히는 박용만 선생의 삶과 당대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했던 연대와 갈등을 실화소설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결국은 무장독립운동 노선을 택해 해외 최초의 사관학교인 소년병학교를 네브라스카에 설립했으며, 하와이로 옮겨간 뒤에도 대조선 국민군단을 조직해 군사훈련을 실시했던 박용만 선생의 삶과 생각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권소희의 '하늘에 별을 묻다'는 북가주에 있는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배경으로 조국독립을 위해 활동한 한인 비행사의 삶을 극적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박경숙의 '바람의 노래'는 하와이 이민 1세대가 그곳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비롯해 2세, 3세로 이어지는 구한말 비극적인 가족사와, 격동의 역사를 살아 낸 사람들의 희망과 좌절, 사랑과 상실을 이민자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이밖에도 극작가 이언호의 희곡 '사진신부의 사랑', 장소현의 장시집 '사탕수수 아리랑' 등도 같은 시도의 작품들이다.

나는 이런 작품들이 우리 사회에서 높게 평가되고, 소중하게 여겨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작품들은 쓰는 품이 매우 많이 드는데다가, 제멋대로 해석하고 꾸며내서 함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작가들이 여간해서는 손대기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민사회의 바탕을 다지는데 반드시 필요한 작품이다.

물론, 그동안 이민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쓴 책은 상당히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인물들을 오늘에 다시 불러내, 생생한 숨결의 감동적 인간상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은 아무래도 문학작품, 연극, 영화 같은 예술의 몫일 것이다. 바로 그런 것이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요, 쓰임새이기도 하다.

참고로, 그동안 학자들이 발표한 전기를 꼽아보면 차학성이 쓴 안수산 여사 수기 '버드나무 그늘 아래서', 한우성의 '영웅 김영옥', 한우성과 장태한이 함께 쓴 '1920, 대한민국 하늘을 열다', 장태한 교수의 '외로운 여정', 차종환 박사의 '선구자 김호의 삶과 꿈', 안형주 지음 '1902년, 조선인 하와이 이민선을 타다' 등이 있고, 언론인 민병용, 나철삼 등이 남긴 기록들도 매우 소중한 자료다. 윤병욱의 도산 관계 저서들, 극작가이며 역사학자인 이자경의 '멕시코 한인 이민 100년사', 유재건 변호사가 쓴 재미동포 이철수 구명활동 보고서 '함께 부르는 노래'도 기억해야 할 저작물이다.

앞으로 이런 작품들이 계속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 학자들의 저서도 많이 나오고, 예술작품으로도 자꾸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런 작품들을 통해 이민 선조들의 고난과 애환, 사랑과 꿈과 희로애락이 감동으로 전해지고, 그 감동을 통해 오늘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꿈꾼다.

반드시 옛날의 이야기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다. 4.29 엘에이 폭동 이야기도 좋고, 우리 집안의 역사도 좋고, 우리 동네의 역사라도 좋다.

그런 글들이 쌓여서 역사가 되고, 세월이 흐른 뒤 그 역사가 다른 작가에 의해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작가는 결국 역사를 기록하고,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칼의 길'의 저자 이상묵 시인은 책이 발간된 지 몇 달 뒤인 2018년 11월18일 백혈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장소현 /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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