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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과거는 새것이 될 수 있다

병들어 보이는 가지라고 다 잘라내는 것은 아니다. 이파리가 조금 노랗거나 하얀 곰팡이가 생겼더라도 진단을 바르게 하고, 약을 쓰면 대부분 다시 건강을 찾는다. 다만, 낫더라도 대개 흔적은 남는다. 남은 상처는 보기에는 흉하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만만하지 않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성전이 파괴된 날을 티샤 베아브 (아브월의 9일)로 기념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솔로몬 성전이 바빌론에 무너진 날이며 헤롯 성전이 로마에 무너진 날이다. 해방과 독립도 중요하지만, 국치의 날도 소중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자신의 흉터를 자세히 살펴보고 마음에 깊은 교훈으로 삼는다.

과거에 매몰되어 현재를 잃어버리는 일은 어리석지만, 과거를 잊어버리고 현재에 매몰되는 일도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는 기억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고향과 벗들은 기억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인생 속에 있다. 이때 과거는 현실이다.

그래서 과거를, 특히 정직하게 마주하지 않는 과거를 기억하고 대면하는 일은 소중하다. 거짓되었던 자신을 마주하는 일, 욕심에 끌려 자기를 속였던 시간을 대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출발선을 찾는다. 물론 어떤 이들은 말하리라. 그런다고 과거를 바꿀 수 없다고. 바꿀 수 없는 것에 매달리는 일은 정말 어리석지 않냐고.



그러나 낫지 않은 상처는 끊임없이 아프다. 치료받지 못한 상처를 숨기고 덮기만 한 자신, 스스로 속이며 앉아 있는 자리, 거짓으로 포장한 인생은 끊임없이 아프다. 아픔은 후회를 낳지만 실은 더 나은 부모, 더 나은 집, 더 가질 수 있었고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욕심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계속 움켜쥘 뿐이다.

아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과거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새것이 된다. 바꿀 수 없는 과거와 마주하지 않는다. 과거는 바뀐다. 후회가 아니라 회개이며, 수치가 아니라 거룩이고, 포기가 아니라 정의이며,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다. 주님이 우리의 과거가 되어주시기 때문이다. 십자가에서 주님은 우리의 과거가 되시고 현재가 되시고 미래가 되셨다. 하나님을 떠났던 우리의 과거가 십자가에서 하나님을 만난다. 움켜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던 우리에게 하나님 자신이 모든 것이 되어주신다. 부활하시고 하늘에 오르신 주님은 우리의 미래이시다. 상처가 노래가 되며, 눈물이 웃음이 되고, 절망이 승리가 된다. 예수 안에서 과거는 새것이 된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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