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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한길

눈을 감으면 지나온 나의 길이 보입니다. 아주 오래 걸어온 길이어서 그리 멀지 않게 다가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집니다.

온갖 색깔의 꽃들이 만발한 황홀한 들길을 따라, 왈츠의 경쾌한 발동작으로 춤추듯 언덕을 올랐던 지난 날이 기억됩니다. 때론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 한발도 옮길 수 없었던 절망의 순간들도 보입니다. 하얗게 쌓여가는 눈 내리는 새벽, 너와 나를 덮어주는 경이로움에 시간을 놓쳐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페이브먼트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강의 흐름을 기억해 냈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여 가슴앓이를 앓아본 사람은 알듯이, 사랑한 그 한 사람 때문에 잠 못 이루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여섯살짜리 꼬마 상주가 되어 베옷을 입고 긴 상여의 맨 앞에 서서 지팡이를 쥐고 산을 오른 시간도 있었습니다. 까악 까악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막연한 서러움에 눈물을 훔쳤던 어린 날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슬픔도 오고 기쁨도 오지만, 세월이 흐른 후 뒤돌아보면 슬픔도 아득한 행복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난 후였습니다.

이곳 시카고엔 30년 지기로 살아온 장로님 내외와 집사님 부부가 있습니다. 섬기는 교회는 다르지만 만나면 늘 행복해지는 이유는 속말을 편안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해도 없고 그렇다고 꼭 자신의 말에 항상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은 바른길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년에 몇번 밖엔 만나지 못하지만 늘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최근 장로님의 칠순에 초대를 받고 젊은시절 함께 '오직 예수'라는 찬양팀으로 활동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 집사님은 새 기타까지 구입해 축하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맞춰보는 찬양은 한길로 걸어온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날이 저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내 힘으로 안되 빈손으로 걸을 때, 폿대를 향해 걸어가는 우리의 걸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우리를 잡아주시네. 찬양의 가사가 걸어온 우리들의 길을 위로하는 밤. 칠순을 맞은 장로님을 생각하며, 그 길이 당신을 향한 한길이었고 흐트러진 길이 아닌, 바른길을 걸으신 장로님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카고 문인회장)

한길 / 신호철

늘 한길입니다
비도 한길로 내리고
걸음도 한길입니다
사랑도 한길로 오고
아픔도 한길로 갑니다
만남도 헤어짐도 한길입니다
아프지만 눈물도 한길입니다
강도 한길로 흐르고
바람도 한길로 붑니다
들풀도 한길로 눕고
나무도 한길로 자랍니다
아름다움은 요란하지 않고
이리 저리 선을
넘나들지 않습니다
늘 한길입니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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