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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색] 일본은 어떻게 프리츠커상의 단골이 되었나

 2011년 지진으로 파괴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마을을 위해 반 시게루가 지은 종이로 된 임시 성당. 반 시게루도 프리츠커상(2014) 수상 작가다. [사진 브리짓 앤더슨]

2011년 지진으로 파괴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마을을 위해 반 시게루가 지은 종이로 된 임시 성당. 반 시게루도 프리츠커상(2014) 수상 작가다. [사진 브리짓 앤더슨]

해마다 3월이 되면 세계 건축계는 프리츠커상 때문에 술렁인다. 1979년에 시작해 최고 권위를 획득한 이 상의 올해 주인공은 일본의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다. 일본은 여덟 번째인 미국에 이어 벌써 일곱 번째 수상자(팀)를 탄생시켰다.

일본의 건축은 이미 세계적이기를 넘어 최고의 경지다. 오히려 궁금한 것은 그게 언제부터인가다. 1987년과 1993년은 '공로상'에 가깝다. 당시 경제적 위상을 생각하면 일본 건축의 대부인 단게 겐조와 하버드 출신에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후미히코 마키에게 상이 간 것은 그럴만하다. 1995년 권투선수 출신인 독학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받자 일본 건축아카데미즘을 한 방 먹인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안도를 세계 건축계에 소개한 이는 저명한 건축사학자 케네스 프램튼이다. 모더니즘의 해방적 성격과 지역 전통의 재해석을 결합한, 이른바 '비판적 지역주의'로 자본주의 건축의 폐해를 넘을 수 있다고 보는 그는 안도를 예로 든다. 안도는 엄격한 기하학을 쓰되 자연과 불이(不二)의 관계를 맺게 하고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되 일본 특유의 맑고 투명한 전통공간을 재현한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 가장 일본적이어서 세계적이 된 안도를 제외한 일본 건축은 서구건축의 그저 그런 아류였다. 화려하고 고급진 건물은 많았으되 간사이공항, 도쿄포럼 등의 랜드마크는 렌조 피아노나 라파엘 비뇰리 같은 외국 건축가 차지였고 민간 건물에서도 유럽세가 토종을 눌렀다. 그런데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바로 '잃어버린 20년'이 있었다. 거품경제가 꺼지고 침체된 이 기간에 일본 사회는 건축에서 기름기를 빼냈고 건축가들은 칼을 벼렸다. 미켈란젤로가 말한바 '잉여의 정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풍요롭던 80년대가 아니라 궁핍한 시기에 오히려 가치 높은 작품들이 지어져 지금의 일본건축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것이니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

천만에, 예술성의 근원인 아방가르디즘은 본디 가난을 먹고 사는 법, 물질적 넉넉함은 오히려 날을 무디게 한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간 근대건축의 아방가르드 정신이 종국에는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참신성을 선전하는 기계미학으로 제도화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 이 기간 일본 건축가들은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해왔다. 프리츠커 상은 작품의 우수성은 물론 인류에 대한 공헌을 선정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표방한다. 실제 최근 이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반 시게루(2014, 일본)는 1994년 르완다 내전 난민을 위해 종이로 된 임시거처를 지은 이후 전 세계 재난현장을 돌면서 종이건축을 제공한 건축가다.

알레한드로 아라베나(2016, 칠레)의 대표작인 이키케 빈민주택은 모자라는 정부지원금으로 절반만 짓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자조적(self-help) 방식으로 짓게 한다. 발크리시나 도시(2018, 인도) 또한 도시빈민주택으로 모범을 보인 건축가다. 독창적 구조미로 유명한 토요 이토(2013, 일본)도 막상 수상 이유가 된 것은 동일본 지진 당시 떠내려온 통나무 몇 개로 만든 소박한 이재민 쉼터였다.

시대와 사회의 수준이 그대로 건축에 반영되는 것은 건축이 주문생산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층 건물을 시공한 우리나라에서 왜 프리츠커상을 못 받느냐"는 우문에는 "아직 그런 것을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하고 계셔서"가 현답이다. 건축주들이 여전히 높고 크고 수다스러운 것이 좋다고 여기고 건축을 부동산이자 과시용품으로 취급하는 사회라면 '건설'은 있을지언정 '건축'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함인선 / 건축가·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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