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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한국] 조윤제·해리스 대사의 동행

27년 이어진 한·미 대사 여행
경제·사회적 유대에 큰 기여

대사 부인 “관저 화단 새 단장”
정원처럼 한·미 돈독해져야

대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재국의 수도에서 보냅니다. 다른 곳을 가 볼 기회도, 반대로 모국을 여행할 기회도 쉽게 내기 어렵습니다. 내 나라에 파견된 주재국 출신 대사와 만날 수는 있어도 수 천 마일 떨어져 있어 서로를 잘 알고 지내기 어렵습니다.

지난달 함께 미국을 여행한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왼쪽)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조지아에서 농어를 낚아 올린 모습. [사진 캐슬린 스티븐스]

지난달 함께 미국을 여행한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왼쪽)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조지아에서 농어를 낚아 올린 모습. [사진 캐슬린 스티븐스]

하지만 주한 미국 대사와 주미 한국 대사의 경우는 다릅니다. 1992년 이래로 두 대사는 ‘대사들의 대화(Ambassadors’ Dialogue)’란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여행하며 한·미 관계를 의논해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가 현재 소장을 맡고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미 관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워싱턴 정치 중심이 아닌 주변으로 확장하는 것이 양국의 우호를 튼튼히 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끔찍한 폭동이 일어났을 때 인종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 이후 대화 주제를 무역·세계화·비자·북한 등으로 폭넓게 확장시켜왔습니다.

양국 대사가 이렇게 정기적으로 여행하는 것은 세계 유일의 프로그램입니다. 정쟁으로 분열이 있을 때에도 약속은 지켜졌고, 다른 지역 외교관들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10년 전에는 주한 미국 대사로, 지난달에는 한미경제연구소장으로 대사들의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이번에는 조윤제 주미 한국 대사 부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부부와 함께 미국 방방곡곡을 여행했습니다. 조지아주 외곽에서 시작해 급성장하고 있는 애틀란타를 거쳐 텍사스의 심장인 오스틴, 북서부의 산호세·버클리·샌프란시스코, 콜로라도의 덴버와 오로라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일정 중에는 공식 연설과 언론 인터뷰, 기아와 삼성 공장 견학, 한국전쟁 참전 용사를 기리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제임스 레이니,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조 대사와 해리스 대사는 소셜미디어로 그들의 느낌을 공유했습니다. 두 대사는 조지아 웨스트 포인트 호수에서 잡은 농어, 샌프란시스코 금문교가 내려다보이는 한국전쟁 기념관, 오로라에서 참전 용사들과 함께 한 마지막 만찬의 생생한 감상과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저는 워싱턴으로 돌아와 10년 전 한덕수 주미 한국 대사와 함께 했던 여행을 떠올리며 무엇이 변했고 변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미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을 두고 고조된 양국의 긴장도 이유겠지만 여러 세대에 걸친 한인 교포 사회와 미국에 널리 뿌리를 내린 K-POP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 만들어진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과 한·미 대학생 연수(WEST) 사업도 잘 자리잡아 유대관계를 강화했습니다.

한 대사와 여행할 당시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전망이 불확실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10년간 한국에 대한 집중 투자가 꾸준히 늘어 그 규모가 상당해진 것을 봤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국민들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미래와 미·중 교역 갈등이 글로벌 공급 사슬에 미치는 영향, 양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도 두 나라의 지속적인 경제 협력은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어갑니다. 살아있는 참전 용사들은 대부분 90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전역에서 이 역사에 대해 느끼는 바가 크고 깊습니다. 두 현직 대사 모두 참전 용사를 기리며 핵 없는 한반도의 영원한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진심으로 약속했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메시지는 세대와 정파를 막론하고 공감을 얻습니다.

함께 여행을 하면 대화와 경험을 공유하게 됩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으로 가기 위해 텍사스 시골길을 달릴 때 텍사스주를 상징하는 블루보닛 꽃이 만발했습니다. 해리스 대사의 부인 브루니 브래들리 여사는 서울 시민과 함께 관저 정원에 채소와 꽃을 심어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10년 전 학생들과 정원에 화초를 심지 않았냐며 저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오래 전 가꾼 정원을 누군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그녀의 새 계획을 반겼습니다.

브래들리 여사의 프로젝트와 대사들의 대화는 광범위한 의미에서 미국의 위대한 정치가인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의 정신과 일맥상통합니다. 슐츠 장관은 1980년대 많은 혼란과 변화 속에 미국 외교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스탠퍼드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종종 외교를 정원 가꾸기에 비교합니다. “사람들이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느끼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기 영역에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정원 가꾸기라고 부르는데 이 부분이 외교에서 가장 과소평가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잡초가 압도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끊임 없이 그리고 초기 단계에 없애는 것입니다.”

잡초가 나지 않거나 키울 씨앗이 부족한 경우는 없습니다. 미래 대사들의 대화, 주한 미국 대사관저가 있는 정동에도 정원이 계속 가꿔지기를 바랍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 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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