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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이민자의 직업과 교회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를 기억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미네소타로 이민 온 가족 중 소년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고국에서 대학교수였지만 미국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저 집에 앉아서 자신의 과거 능력과 경력을 알아 보아 주는 곳이 나타나길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아직 십대인 아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어떻게든 가족과 자신을 위해 돈을 마련해야 했고, 그 가운데 갱들의 유혹에 갈등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장면들이 가끔 떠오르는 이유는 미국에 갓 이민 온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직업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 구조가 다르고 그 속에서 개인이 가지는 경쟁력도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직업에 귀천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의 이민자 가족처럼 직업을 억지로 바꾸어야 한다면, 이민의 경험이 주는 또 다른 어려움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의 상실감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계속해야 하는 일이 주는 피로감은 평생을 따라 다니기도 하니까요. 경제적 성공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우리 속의 보이지 않는 빈 마음입니다.

학자들은 미국으로 이주한 이들이 일반적으로 고국에서보다 경제구조의 더 낮은 계층의 직종에 종사한다고 합니다. 한인 이민자들도 같은 현상을 경험합니다. 이민자의 대다수가 한국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은 대도시 주변의 중산층이었습니다. 많은 한인들이 이민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성이나 능력을 뒤로 하고, 덜 복잡한 노동이나 스몰 비즈니스 등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합니다. 이른 바 “화이트 컬러”의 직업군에 속한 이들이 “블루 컬러” 직업군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그럴수록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실현하기 위한 갈증을 느낍니다. 주위 분들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공헌하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을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때때로 큰 수고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이러한 만족은 개인의 삶에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대부분의 중산층의 공유하는 욕구라고 합니다.

미국의 이민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과, 다른 이들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바람이 만나는 곳이 종교기관이라고 합니다. 워너(Stephen Warner)는 신자들이 교회에 출석할 때 종교적인 기대와 함께 친밀한 사귐에 대한 기대도 있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며, 영향력 있는 공헌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특히, 이민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 한인들에게는 사회적 인정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기독교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고 가르치며, 믿음을 통해 봉사와 선교에 참여하도록 하는 종교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종교적 활동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만나는 것은 이민교회의 특징이 되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로 많은 시간을 헌신하거나, 선교활동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성가대나 봉사회에서 중요한 직책을 기꺼이 수행하는 등의 예입니다. 신앙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노력 가운데 이민자들의 심리적인 만족이 부산물로 나타납니다.

영화 속에서 10대 소년은 주위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습니다. 이민자들도 그러한 도움들을 종교기관에서 얻곤 합니다. 많은 한인들이 미국에서 교회를 세우고 서로를 위해 모이는 일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교회학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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