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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소마의 여인들

독특한 매력! 가슴을 뛰게 하는 도시! 다양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건축물이 어우러진 빌딩숲, 도시, 맨해튼은 젊다. 간혹, 그 도시로 뛰어나가 어물 시장에 펄펄 뛰는 생선처럼 생명력을 안고 돌아온다.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시키는 그날의 나들이, 6명의 여자가 모여 업타운 그릭 카페의 문을 밀고 들어섰다. 나뭇결이 아름다운 원목 식탁 위에 우아하게 목 길게 뺀 와인 잔과 어우러진 촛불, 코너에 장식된 피아노,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가벼운 흥분, 엔도르핀이 온몸으로 퍼지는 기운이 느껴진다. 여인들의 허기! 알 수 없는, 끝도 없는, 삶의 지적, 미적, 아름다운 허영, 우리들의 지친 일상의 이탈을 받아 주기에 이 장소는 완벽하다.

봇물 터진 수다와 웃음은, 시들어가는 잎파리에 물의 생명력으로 재생한다. 나는 이 시간을 소마의 타임, 이 내 곁의 이 여인들을 기꺼이 소마의 여인이라 부르겠다. '소마(σωμα)'란 고대 그리스어의 어원은 '몸'이란 뜻으로 살아있고, 스스로를 느끼며, 내면에 대한 인식을 지닌 몸을 말하는 총체적으로 생명체란 뜻이다. 시인이자 작가인 울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는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무언가 스트레스 받을 때 소마라는 행복감에 이르게 하는 약을 지급한다. 나는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바커스처럼 새로운 힘을 주는 우리 만남의 여인들을 소마의 여인들로 지칭하며 이들로부터 젊음도 얻고 건강도 유지한다. 어떤 약품이 부스스한 머리에 비단 같은 머릿결을 제공한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젊음을 유지하는 최고의 기이한 방법에 박장대소를 하다가 책.여행.연극.전시회.사랑 등 다양한 주제로 흘러 우리들의 대화는 마치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유채꽃으로 만발한다.

여자들의 수다는 무죄다. 여자들의 수다는 밀폐된 암실의 햇볕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여행과 대화야 말로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독단의 잠에서 깨어나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하였는데 우리들의 수다는 대화에서 담론으로 이어지며 식탁의 붉은 와인처럼 익어갔다. 나는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와 가장 싫어하는 단어를 말해 보자고 주문하였고, 모두 잠시 생각에 골똘하여 침묵하였다. 단 한 번도 좋아하는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생각해 볼 수 있는, 잠시의 시간이라! 오호! 생각의 근육을 기르는 이것 또한 쾌재라! 좋아하는 단어로 선택된 자유.자율.배려의 단어로 한참을 토론하다 다시 싫어하는 단어에 올라온 무례.보수.구속.후회라는 단어를 붙들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평생 읽은 책 중 가장 감명 깊게 '배려'라는 책을 읽었다던 어떤 사람이 말 끝나고 돌아서자마자 무거운 것 하나 들어 주지 않는 배려 없는 무례를 이야기하며 함께 웃었고, 열탕, 냉탕, 자기 감정의 기폭으로 타인의 감정을 흔들어대는 정신줄의 무례를 토론해 보았다.



진실한 대화는 돌아서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게 한다. 대화 속에 즐거워 웃는 사이 생각의 근육이 한 뼘 큰 듯하다. 다시 만남을 약속하며 일어서는데 벌써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까페에서 나와,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 안으며 이만하면 대화를 통하여 현존하는 정신.지성.이성을 지니라는 데카르트 아저씨도 기뻐하시겠는데… 하하 웃는 우리들의 농담 속에 맨해튼이 떠날갈 듯 하다. 즐거움 속에 배우는 삶, 소마의 에너지. 여인들의 향기, 진하다.


곽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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