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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소나기의 청량감: 이웃 사랑

미국 시인 롱펠로우의 "레인 인 서머(Rain in Summer)"가 생각나는 여름입니다. 그 시 첫 연을 대충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비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넓고 열기 가득한 길이나 좁은 골목길에/흙먼지 가득한 무더위 뒤에 뿌리는/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를 읽으면 옛날 생각이 납니다. 한여름 작열하는 햇볕이 따갑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때 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맞으며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한줄기 소나기의 시원한 청량감은 여름의 백미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여름의 소나기는 더이상 더위를 잊게 하는 청량감의 대명사가 아니라 그저 불편한 것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무한한 가능성에 야생마처럼 도전하던 청년시절을 거쳐 사회의 일원이 되면 우리는 이제 더이상 자유분방한 지성인이 아닌 삶의 치열한 경험을 통해 사회 규범과 관습에 점점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사회의 관습과 통념에 잘 적응한 가치관의 틀은 세상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삶의 경험을 통한 지혜는 역설적이게도 호연지기의 기개가 아니라 근시안적인 판단의 이분법적 기준을 제공합니다. 고정관념 안에 갇혀버리고, 그 밖은 위험 지대가 되어버립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예수님의 비유 이야기는 아마 루카 복음의 "착한 사마리아인" (루카 10: 25-37)이야기 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광야를 지나다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되어 길가에 버려집니다. 길을 가던 사제와 레위인은 그 사람을 피해 돌아갔는데, 사마리아인이 상처를 치유해주고 여관으로 데려가 보살펴 주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에게 사마리아인은 부정한 사람들로 무시하며 피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사마리아인이 그 죽어가는 사람을 보살펴 살려주었으니 청년은 '자비'를 베푼이가 이웃이라고 대답합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강도 당한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간 사제와 레위인입니다. 그들이 몰인정한 사람들이라 죽어가는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간 것이 아니라, 사제와 마찬가지로 레위인은 종교적 전례에 관련된 사람들로 율법에 의하면 이들은 부정한 것을 만질 수 없습니다. 특히 주검이나 피를 만지면 안되었기에 그들은 초주검이 된 사람을 피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가장 기본적 윤리를 사제와 레위인은 율법이라는 통념에 갇혀서 외면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마태 2: 27) 라고 말씀하시며 율법의 정신이 인류애임을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의 통념도 더불어 함께 행복하기 위해 자연히 또는 인위적으로 생성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잊으면 그 안에 사로 잡혀버리고 집단 이기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자신의 고정관념과 통념 위에 나와 다른 생각을 헤아려주는 배려가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자비라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이웃에게 엄중한 통념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엄중 하기가 힘든 것처럼, 스스로에게 자비로운 것처럼 이웃에게 자비롭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이 어려운 일을 포기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노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크리스천적인 삶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신앙의 의미입니다.

오늘 한여름의 폭염속에 한 줄기 소나기를 기다려봅니다. 그리고 빗속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세파에 굳어진 마음의 껍데기가 깨지고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우리 모두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성 바오로 정하상 퀸즈한인천주교회


김문수 앤드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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