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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이 여름의 결기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시인의 '절정' 전문



'극한 상황에 대한 초극의 의지'를 설파한 시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시다. 이 뜨거운 여름, 그러나 심정적으로 우린 칼날진 서릿발 그 위에 서 있는 것만 같다. 등골이 서늘한.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견제 하는 세력이 나타난다. 선의의 견제이건 질투심의 발로이건 뒤꿈치를 밟는 사람이 생긴다.

기량이 훨씬 뒤지는 사람에게는 내남없이 너그럽다. 가르쳐 주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실력이 막상막하라고 생각되면 상대를 견제하게 된다. 더군다나 자신을 추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면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본능적으로 상대를 왜곡시킨 다던가 결점을 찾아내 흠집을 내기도 한다.

지금 일본이 우리에게 그런 꼴을 보이는 것 같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겠으나 "일본의 보복은 한국 기술이 더 올라가기 전에 누르겠다는 것"이라고 작금의 아베 정부의 행동을 진단한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보의 말에도 귀 기울여본다.

한때 우리는 일본과 과학기술의 격차가 백년이라느니, 따라잡을 수 없다느니 하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이었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며 개방을 한 게 우리보다 훨씬 앞섰다.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아시아 대륙을 넘보는 배포도 있었고 그 야망을 성취하기도 했다.

일본과 비교가 안 되던 우리가 어느 사이 일본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경제규모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과학기술.경제.문화가 승승장구하게 되면서 분명 저들은 위기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수난이라고 해야 할까 어려움이라고 해야 할까 닥친 문제들은 당연한 일이고 마땅히 거쳐 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꿔 생각해보면 우리가 저들에게 위기감을 줄만큼 성장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단지 저들의 처사가 비열하다고 생각될 뿐이다.

우리는 키도 크고 덩치도 커졌다. 다방면에서 민족의 저력이 나타나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 못한다. 우방이라고 믿던 나라들이 언제까지 우리를 봐줄 것인가. 잘 살게 되었다고 큰 소리 뻥뻥치는 우리에게 언제까지 한 수 접고 경기를 치르자고 하겠는가.

우리는 근면과 성실로, 그리고 타고난 열정과 지구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선진국 우방이라는 나라들의 도움이 있었음도 인정해야 한다. 상황이 역전될 때는 늘 위기적 상황도 동반되게 마련이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시민들이 들끓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가장 큰 힘은 단합이다. 그러나 분노에 찬 대처는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좀 더 냉정하게 이 현실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밥을 얻어먹는 때가 아니라 밥을 사줘야 하는 위치로 성장해 왔다. 우리의 태도가 좀 더 의연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미래의 리더국가로, 이웃국가들의 형님 노릇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기 위해서라도 대범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 같다.

일본의 지식층이라는 사람들이 우리를 폄하하기 위해 별의별 말을 다하는 모양이다. 불매운동을 놓고도 냄비근성이 있어 저렇게 들끓다 말 것이라는 둥, 자중지란을 일삼는 민족이라는 둥. 친일이니 반일이니 우리끼리 싸우는 힘의 소모야말로 저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겠는가. 일본은 언제나 껄끄럽고 경계해야 할 이웃이었다. 틈을 보이면 으르렁대는. 이것만은 잊지 말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하겠다. 이 위기의 때가 국민의 결기를 보여주는 기회의 때가 되도록.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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