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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성숙한 '시민 의식'의 한국 젊은이들

조성환 / 시조 시인
조성환 / 시조 시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8/23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9/08/22 17:12

요즘 한국은 일본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간의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나서부터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자 배상 판결을 트집 잡았지만, 속셈은 세계 메모리 시장을 70% 넘게 점유하고 있는 한국 때리기에 있다.

일본은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인류의 고도화된 분업체계를 이번 사태로 어지럽혀 놓았다. 세계가 누렸던 번영의 배경에는 자유무역협정과 국가간의 경제통합에 있었다. 아베 총리는 그러한 자유무역의 원칙을 훼손하고 보편적인 국제 질서를 깨 버린 것이다.

일본은 한국이 가장 아파할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 대상에 넣었다. 한국이 발끈했다. 안 그래도 대일 무역 적자 폭이 매년 2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데도 반도체 소재로 한국을 겁박하고 있어서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한국인의 '냄비 근성'을 들먹였다. 과거에도 불매운동은 늘 있었고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은 한국의 아픈 곳을 찔렀다. 일정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냄비근성에 비애를 느끼고 있던 나는 눈이 번쩍 뜨이는 한 문장을 보았다. 소셜미디어(SNS) 댓글에 올라온 한 문장 때문이었다. "이 기회에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 댓글을 본 지 한 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구청에 내걸린 '노, 일본' 깃발을 내리게 하고 한국을 찾는 일본인을 따뜻하게 맞이하자며 극단적인 반일을 경계했다. 이 모두 20대 청년들이 들고 나선 일이다.

그들은 관제용 '불매' 대신 시민이 스스로 행동하는 승화된 시민의식을 주도하고 있다. "부당하고 불공정한 처사는 못 참는다"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나약하게만 보아왔던 고국의 젊은이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월드컵 때였다, 한반도를 메운 젊은이들의 하나 된 함성을 들었다. 그들의 민족의식과 애국심이 하늘에 닿는 것을 보고 북한이 함부로 무력행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번 한일 관계도 젊은 청년들이 시민운동으로 연결하는 것을 보고 냄비근성도 그들이 지워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위기를 헛되이 보내지 말라던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말대로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대기업은 협업 관계에 있는 자국의 중소기업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수한 두뇌가 많은 중소기업을 진작 키웠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우리 속담에 그래도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고 하지 않던가. 이번 사태가 걱정스럽지만, 한국의 정의롭고 분별력 있는 젊은이들을 보고 모국은 여전히 다이내믹하고 쾌청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숙명적인 양국의 역사와 정치는 별개로 문화와 경제는 서로 교류하고 상생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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