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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윈-윈 전략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  

[LA중앙일보] 발행 2019/08/23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9/08/22 19:19

다툼이 생겨 법정에 가서 재판을 하게 되면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생겨난다. 법원의 판결이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상급법원에 항소를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각주의 크기에 따라 2단계 또는 3~4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세 번까지 재판할 수 있는데, 하급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재판이 오래 계속되면 비용도 문제지만 이미 힘들게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반복하는 고통을 수반한다. 내가 경험한 미국 법원은 재판보다는 합의를 도출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둔다. 재판의 결과는 승패(win-lose)지만, 합의의 결과는 모두 승(win-win)이다.

오래 전 보험사와의 분쟁으로 재판을 하게 되었다. 판사가 나와 변호인을 따로 불러 합의를 권하며 해 주었던 이야기다. "합의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판을 해서 당신이 꼭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나는 오랜 세월 판사 생활을 해 왔지만, 항상 옳은 쪽이 재판에서 이기지 않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무죄로 걸어나가는 것도 보았고, 죄가 없는 사람이 형무소에 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가장 좋은 결과는 양쪽이 모두 조금씩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 협상입니다."

그는 아마도 보험사 관계자도 따로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나는 그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에 합의를 했다. 하지만, 그 합의금을 종잣돈으로 평소 모아 두었던 돈과 합해서 집을 샀고, 그 후 집값이 많이 올랐다.

나는 공무원 생활 30년 동안 산재 보상을 해 주는 일을 했었다. 많은 산재 근로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하여 고소를 했지만 막상 재판에 가는 횟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합의로 끝났다.

형사사건에는 사전 형량 조정제도(plea bargain)가 있다. 사건의 관련자나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낮추어 준다. 미국 법정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 수단이다. 90% 이상의 형사 사건이 이 제도를 통해 재판 없이 끝나고 나머지 10% 이하의 사건만이 재판으로 간다고 한다. 이 역시 일종의 양자 승(win-win)의 합의인 셈이다.

민사소송의 경우는 더욱 재판보다는 합의가 유리하다. 재판이 길어지면 변호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다. 조금씩 양보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합의를 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유익하다.

우리말에는 "너 죽고 나 죽자" "목에 칼이 들어와도" "갈 때까지 가보자" 등의 영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표현들이 있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흑과 백"을 따져보자는 정서가 아닌가 싶다. 한인사회에 난무하는 법정 투쟁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법정은 최후의 수단이지 결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해 주고 나의 기대치를 낮추어 분쟁을 끝내는 것이다. 감정적인 대립의 희생양은 상대방이 아니고 바로 나다. 큰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맨살을 째야 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다. 늘 이기면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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