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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네 나라로 돌아가라

[애틀랜타 중앙일보] 발행 2019/08/24  0면 기사입력 2019/08/23 15:29

세계 곳곳의 여러 민족이 함께 모여서 사는 미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에 이런 것이 있다. 한 사람이 “오늘 다운타운에 있는 파크에 갔다가 인디언들 한 떼가 모여있는 걸 봤지.” 그 말을 들은 대화 상대가 “점이야? 깃털이야? (Dot or Feather)”하고 묻고 “깃털이야(Feathers).”라고 대답한다.

미국에는 두 부류의 인디언이 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원주민 인디언과 그로부터 한참 지나서 인도에서 이주해 와서 이곳에 정착한 인도 출신 인디언이다. 그냥 인디언 해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애초에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고 이곳 원주민을 인디언으로 부르면서 생긴 혼란이다.

언제부터인지 ‘점’과 ‘깃털’이 이 두 인종을 구분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점 인디언(dot Indian)’은 남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인도 사람을, 그리고 ‘깃털 인디언(feather Indian)’은 북미 원주민 인디언을 뜻한다. ‘점 인디언’은 인도 여인들이 힌두교 관습에 따라 이마 한가운데 찍는 붉은 점에 주목해 생긴 표현이다. 반면에 ‘깃털 인디언’은 북미 원주민 인디언들이 용맹과 명예의 상징으로 주로 머리 장식에 쓰는 독수리 깃털 때문에 나온 말이다.

보통 미국에서 인디언 하면 북미대륙의 원주민 인디언을 뜻하고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메리칸 인디언(American Indian)이나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이라고 부르는 게 보통이다. 그들의 피부색을 따라 붉은 인디언(Red Indian)이라는 표현도 쓰지만, 피부색을 따지는 것이 금기시되면서 잘 쓰지 않는다.

인도가 본향인 인디언은 아시아 인디언(Asian Indian) 또는 드물게 동 인디언(East Indian)이라고도 한다. 아메리카 대륙 카리브해와 대서양 연안 지역의 서인도(West Indies)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동인도는 인도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 쓰던 명칭이고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 2011년에 나온 미국계 인도인이 제작한 인도 이민 역사와 그들의 미국에서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깃털이 아니고 점이야 (Not a Feather, but a Dot)’라고 한 것을 보면 그 문제성을 알 수 있다.

인종 간의 편견이나 인종 차별에 무척 예민한 미국 사회에서 점, 깃털 같은 어휘 하나로 인종 전체를 몰아쳐 버리는 것은 부적절하고 스테레오타이핑, 더러는 캐주얼 인종 차별(casual racism)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대신 찹수이, 스시, 김치로 이들을 구분해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주얼 레이시즘은 농담이나, 무심코 하는 일상 대화에서 인종, 피부색을 놓고 하는 부정적 스테레오타이핑이나 편견이다.

실제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인종 차별에 한몫하는 일도 있다. 찹수이(Chop Suey) 하면 중국인을 비하 멸시하는 의미도 있고 이탈리아인을 살라미(salami), 멕시코인을 타코 대가리(taco-head)라고 하기도 한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 음식이지만 한국인을 김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한국인을 경멸하는 표현이다. 일본에서는 조센징 말고도 ‘기무치 야로(김치 새끼)’는 일본인들이 쓰는 한국인에 대한 욕이다.

미국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어디서 왔냐(Where are you from?)”라는 질문을 받은 일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낳고 자라 액센트가 전혀 없고 미국 원어민 영어를 하는 2세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이 유색인종이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그냥 궁금해서 묻는 악의 없는 질문이래도 듣기에 따라서는 인종차별의 불쾌감을 자아낼 수 있다. 미국인들의 일상 대화에서 이런 질문에는 자기가 사는 도시나 주를 알려준다.

한 2년쯤 지난 이야기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한국계 정보 분석관으로부터 정세 브리핑을 듣고 나서 한 질문이 “Where are you from?”이었다. 그녀가 뉴욕이라고 대답하자 트럼프가 되물어서 이번에는 “당신처럼 맨해튼(Manhattan)에 산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가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다. “아니, 정말 어디서 왔냐고(”No, where are you really from?)“라고 집요하게 물어와서 부모가 한국에서 이민을 온 사실을 알려줬다는 얘기다.

아주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연방하원의 유색인종 민주당 여성의원들을 겨냥해 “네 나라로 돌아가라. 싫으면 떠나라”라는 인종차별적 막말을 해서 크게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의 품성과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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