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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루이지가 사는 법

화요일(20일)에 둘째와 함께 딸들의 친구 루이지가 주최하는 재즈 콘서트에 갔다. 홈 콘서트였다. 재즈를 정말 좋아하는 루이지는 직업이 변호사지만, 재즈를 소개하는 방송도 하고, 칼럼도 쓰고, 유튜브도 하고, 다방면으로 재즈를 알리는데 적극적인 재즈 전도사다. 홈 콘서트도 그 방편의 하나다. 홈 콘서트를 통해 사람들이 재즈와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래서 가끔 둘째네 집이 홈 콘서트장이 되기도 한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에서의 연주회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둘째 사위 크리스찬 친구인 소피아가 호텔 매니저인데, 자기네 호텔에서도 홈 콘서트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성사가 된 것이다. 많은 일들이 이렇게 뜻하지 않은 작은 인연에서 시작된다.

세 가지의 카나페와 화이트 와인이 서빙 되는 콘서트는 고급진 호텔 분위기와 더불어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조용한 가운데서도 뭔가 서로 융화되는 리드미컬한 분위기가 넘쳤다. 기분 좋은 와인의 향기, 음악이 몸 안에 흐르는 이들의 춤추는 감성이 고전적인 리빙룸에서 유영하는 나비처럼 참가자들의 가슴을 깃털처럼 간지른다고 할까.

요즘 떠오르는 음악계의 신성 두 사람, 피아니스트 댄 텝퍼(Dan Tepfer)와 코르넷 연주자 커크 너프키(Kirk Knuffke)의 듀오 콘서트인 이번 연주는 두 악기 듀오로는 세계 초연이라서 더욱 특별했다. 혼 종류인 코르넷(Cornet)은 르네상스 시대의 목관악기라고 한다. 그 옛날 옛적 악기를 21세기의 젊은이가 연주한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다. 각각의 밴드에서 리더인 두 사람은 젊음과 생동감 넘치는 교감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송알송알 빗방울을 뿌렸다.

코르넷이 그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악기인 게 놀라웠다. 소리의 결이 참으로 아름답고 그윽해서 그 매력 속으로 푹- 빠져버렸다. 강물처럼 반짝이다가, 구름처럼 흐르다가, 바람처럼 소용돌이치다가, 날줄과 씨줄로 베를 짜다가, 산 위에서 벼랑 끝으로 한 순간에 떨어지다가, 호흡을 반죽하다가, 치즈케이크처럼 입 안에서 녹다가, 다시금 또르르 은쟁반에 은방울을 굴리는 소리의 마법사. 커크는 코르넷이 만들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망라했고, 댄은 코르넷을 피아노로 애무하며 커크의 연주를 더욱 쫄깃하고 빛나게 받쳐주었다.



재즈가 이렇게 입맛에 착착 감길 줄은 예상 못했다. 함께 간 손자 블루는 연주가 진행되는 되는 동안 장난감에 정신 빠져 있으면서도 몸은 재즈 운율에 맞춰 장단을 맞춘다. 음악의 힘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한 것은 재즈를 통한 코르넷의 매력이었으나 동시에 루이지의 사는 법이었다. 변호사라는 훌륭한 직업을 가진 루이지는 자기 분야에서 발군의 능력으로 사회적 명성을 얻었으나 그의 가슴 속에는 재즈에 대한 열정이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그 열정을 숨기지 않고 시간을 쪼개어 좋아하는 재즈를 즐기고, 재즈의 활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숙고해보면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루이지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열정을 발전시키면서 또 다른 사회 기여를 하는 삶이야말로 누구보다도 풍성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다. 편하게 살려면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는 게 인간의 삶이다. 그러나 편함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자신의 관심사에 열중하고, 또 그것이 남들을 즐겁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사회 기여가 된다면 그런 자신의 삶의 재생산이야말로 멋진 인생일 것이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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