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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산파가 없었더라면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8/24 레저 9면 기사입력 2019/08/23 17:31

모차르트는 요절한 천재 작곡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수많은 명곡들을 남겼다. 41개의 교향곡, 22개의 오페라를 비롯해, 23개의 피아노 협주곡, 36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26곡의 피아노 소나타, 5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수십 곡의 현악사중주를 포함한 실내악 작품, 그리고 관현악을 동반한 합창 작품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통틀어 엄청난 영감의 흔적을 남겼다.

38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생을 살았던 또 한 명의 작곡가 멘델스존 역시 오늘날까지 널리 사랑 받는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대표작 '한 여름밤의 꿈'은 17세에 작곡했고, 12곡으로 이루어진 현악교향곡은 12세였던 1821년부터 2년에 걸쳐 완성했다. 멘델스존은 지휘자로서도 명성이 자자 했던 터라 작곡에만 몰두할 수 있던 시간이 제한적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1791년과 멘델스존이 태어났던 1809년 사이에 출생한 슈베르트도 단명한 작곡가에 이름을 올릴만할 인물이다. 그는 31년 동안 약 1200곡을 남겼다. 비롯 절반 가까운 숫자가 가곡이었지만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연주 시간만 한 시간 반이 소요되는 대작이다. 3분 길이의 최신 팝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음악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음악은 200년이라는 생명력을 가지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전달되고 알려지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를 견뎌왔다는 사실은 작품의 힘이 얼마나 위대했는가를 보여준다.

그의 교향곡 8번은 '미완성'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말 그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그가 눈을 감은 까닭이다. 그렇다고 이 곡이 모차르트의 레퀴엠(진혼곡)처럼 그가 마지막까지 매달렸었던 작품은 아니다. 슈베르트는 이 곡의 첫 두 악장을 완성한 다음 3악장의 스케치를 하던 중, 다른 작품을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 악보가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미완의 3악장과 전혀 쓰여지지 않은 4악장을 후대의 작곡가들이 마무리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자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이어 완성한 후반 부분을 오늘날 연주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베토벤의 무덤 옆에 묻혔을 만큼 그를 영감의 근원으로 삼았던 슈베르트에게 또 하나의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9번 교향곡이다. '그레이트'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자신의 뮤즈가 남긴 걸작 '합창' 교향곡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당시 28세 청년 슈베르트는 자신도 그런 장대한 스케일의 작품을 남기고 싶어 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생전에는 이 곡이 연주되지 못했다. 믿었던 곳으로부터 연주가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작품이 긴 데다가 제한된 리허설만으로 소화시키기 어렵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비엔나에서의 초연은 결국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면서 완전히 무산되고 말았다.

슈베르트 사후 10년, 음악평론가로도 영향력을 끼쳤던 독일의 작곡가 슈만은, 비엔나 방문 중 이 작품을 발견해 독일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산파 역할을 맡았다. 작품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지휘자였던 멘델스존에게 이 악보를 건네주며 초연이 될 수 있도록 그를 설득했다. 슈베르트가 남긴 최고 걸작은 이렇게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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