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교육칼럼] 지성과 성품: 따로 아닌 같이

지난 몇 주간에 걸쳐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일―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준법 의식이나 윤리 및 도덕적 가치관이 그들의 학력이나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를 전혀 따라가지 못함―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들은 본인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자신 및 가족들의 유익을 위해 불법이나 편법을 사용하는 데 앞장서 왔고, 그들의 이러한 민낯은 전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일을 바라보면서 분노를 넘어 슬픔이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가지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더 늦기 전에 변해야 한다"라는 사회적인 공감대일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를 한국 사회가 급격히 산업화, 현대화 및 서구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오직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직업―특히 한국 사회에서 좋은 직업은 돈을 많이 벌수 있고, 소위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직업들―을 갖고, 성공하는 인생을 사는 것에 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성품, 도덕성 및 윤리의식을 가르치기 보다 오직 보이지 않는 계급의 사다리를 오르는 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로 더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성공하는 인생이라고 줄기차게 외쳐왔다. 수십 년간에 걸쳐 이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달려온 우리 사회가 목격하는 것이 작금의 사태이다.

심리학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던 한 글을 기억한다. 20여 년전,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로버트 콜스(Robert Coles) 교수는 지성과 성품의 부조화(The Disparity Between Intellect and Character)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통해서, 소위 미국 내 최고 엘리트라고 불리는 하버드생들의 성품이 그들의 지적 탁월성에 한참 모자르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전과목 A학점을 받는 학생들의 인성이 결코 좋지 못함을 교육자들이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이 있다. 고등교육(Higher Education)이라 불리는 대학 교육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물론 지성과 성품은 별개의 문제이고, 현 교육 시스템이 손댈수 있는 부분은 거의 지성의 개발에만 촛점이 맞추어져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이 교육자들 및 학생들의 일상생활을 통해서 세상의 선과 유익을 위해 궁극적으로 적용.구현되지 않는다면, 상아탑이라 불리는 곳에서 학문에 정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성과 성품의 부조화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이 내재되어 있는가를 보는 것은 커다란 슬픔이요 좌절이다. 기성세대가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라도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비슷한 문제들은 반복해서 발생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비단 한국 사회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 특히 기득권자들 사이에 만연되어 있는 도덕성 및 준법 정신의 결여 문제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한 수준에 있다.

물론 지성과 성품을 조화있게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교육자들에게 벅차고도 때로는 피하고 싶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힘들다고 해서, 미루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시점에 우리는 와 있다.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더 이상은 학교 교육이 공부 잘하는 기계, 보다 정확히는 시험 잘 보는 선수들을 만드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성과 성품은 따로가 아니라 같이 개발되어야만 한다.


김현경 / 박사·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