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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

우리네 명절 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입니다. 이삭이 패고 과실이 영글어 뙤약볕 아래의 수고에 결실을 가져다주는, 허기의 역사를 지닌 인류에게 배부름의 기쁨을 허락한 날입니다.

한 공기 가득 채워진 밥을 다 먹고도 다시 후식으로 떡을 먹는 탄수화물 중독의 한국사람들에게 추수철 토끼가 떡방아 찧는 달이 차오르는 것처럼 즐거운 것은 없었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 했을까요.

방송국의 뉴스에는 고속도로를 꽉 메운 차들의 행렬과 막히는 도로 위에서도 카메라를 향해 즐겁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국방과 공무로 근무지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단체로 지내는 차례의 모습과 농부의 수확 장면 또한 빠지지 않습니다.

이맘때쯤 으레 나오는 신문의 글귀들도 짐작되어 집니다. 차례상 차리는 법부터 시작하여 오랜만에 만난 친척간 호칭의 정리, 일가 어른에게 대하는 예의범절은 벌써 예전의 소식들입니다. 요즘엔 남녀간 노동의 분담을 독려하고 명절 음식의 칼로리를 알려주며 체중관리를 도와주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뿐만 아니라 '취업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와 같이 손아래 사람에게 물으면 사이가 나빠질 것이 분명한 금지된 질문으로 눈치없는 윗사람이 되지 말라 일깨워줍니다. 주말과 운 좋게 연결되어 연휴의 날짜가 길어지는 해라면 국내외 여행 정보들로 혼자만의 휴가를 유혹하기도 합니다.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며 일주일에 하루도 온전히 쉬지 못하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해가 지기 전 하루를 마감하고 적어도 이틀씩은 매주 마다 휴식을 취하는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도 마땅치 않고 교통편도 여의치 않아 추석과 설에나 만나던 가족들을, 이제는 마음만 먹는다면 고속철과 자동차로 아무 주말에나 들를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허락되기 시작했습니다. 1년에 한두 번 한풀이와 같이 모이던 시절의 반가움과 지금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외로움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공세에 지쳐버린 청춘들과, 부모님의 걱정거리를 덜어주기 위해 예전엔 통과의례처럼 보이던 결혼과 출산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필부필부들을 보듬어 주어야 하는 사회가 오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족'이라는 해쉬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 속에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모습들이 흔히 보입니다. '개'라 불리우던 생명체의 명칭이 '애완견'을 거쳐 '반려견'으로, 다시 '우리 아이'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참 동안 보지 못했던 먼 친척보다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종이 아닌 생명체가 낯익고 가까워 이제는 가족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쉐어하우스의 친구들 역시 서로에겐 가족과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연 가족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되묻게 합니다. 내 가족과 친지에게 나는 마음의 장벽 없이 진심을 나누고 위안을 주며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대상일까요? 혈연만으로 엮인 사이를 넘어 보듬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가족이 아닐까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가족의 가장 큰 효용이란 생각이 드는 명절, 모든 가족 여러분들의 행복한 만남을 기원합니다.


송길영 / 한국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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