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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민 칼럼] 뭘 안다고 까불어

제목을 붙여 놓고 보니 꽤 냉소적이다. ‘까분다,’ 이 말은 주로 농촌에서 키질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키질을 하면 알곡은 키 뒤로 밀리고 쭉정이는 키질 바람에 날려 나가게 되는데, 이때 키질 하는 모양을 쉽게 날뛴다는 것으로 표현하여 ‘까분다’ 하는 것이다. 즉, 경솔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어떤 일에서 가볍게 행동 하는 것을 비하하여 하는 말이다. 때로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에 빠져 위와 같은 냉소적인 말을 듣고 살기도 한다. 그런 예들은 많이 있다.

한국인 최초로 예일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으신 목사님이 계신다. 명문 예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학위를 받고 나서 이때 주임교수가 다가와 “당신은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박사라 생각해서는 않된다. 다만 박사가 되는 자격을 갖게 되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물론, 그 목사님이 박사가 되었다고 우쭐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겸손하라는 것을 주임교수가 그냥 상식으로 일러준 것이었다.

또, 누구라하면 다 알 수 있는 한국의 유명한 목사님이 계신다. 그 목사님은 50년 이상을 교회에서 매일 새벽 4시 30분에 하는 새벽기도와, 주일 낮 설교를 하셨다. 오로지 목회만 50년 이상을 하셔서 은퇴하실 무렵에는 수 만명이 모이는 대형교회를 이루어 놓으셨다.

은퇴를 하게 되니, 큰 교회로 부흥 성장시킨 노고에 감사하여 교회서 거처로 아파트 한채를 사 드렸고, 또 어느 한분이 외제 자동차를 은퇴 선물로 사 드렸다. 그 목사님이 좋은 아파트에 살고,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자마자 몇몇 기자들이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부정으로 돈을 모아 좋은 아파트에,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는 것으로 알고 소위 뒤를 캐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이 성가시고 화가 날 정도여서 어느날 목사님이 사실을 말하게 되었다.



즉, “50년 동안 목회하여 그 교회를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공로로 교회측에서 거처 할 아파트를 사 주었는데, 그 아파트는 다시 교회에 바쳤고, 자동차 역시 자신이 돈이 있어 산 것이 아닌 어느 신자가 수고했다 하여 사 준 것이어서 타고 다닐 뿐” 이라 설명해주었고, 덧붙여서 하신 말 “뭘 안다고 까불어!” 하셨다. 알지 못하고, 가늠잡아 가볍게 하는 일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한국의 학자 한분은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을 젊은시절 읽었을 때는 이해가 잘 않되었는데, 나이가 좀 들면서 자연만물에 대한 인식의 사고방식이 넓혀 졌을 때 읽으니 그제부터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고백하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어떤 젊은 교수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을 해설해 놓았는데, 그것을 읽은 사람들은 해설이 원문보다 이해하기 더 어려웠다 말 하는 사람도 있다 한다. 젊은이라고 칸트보다 더 학문적 깊이가 없으라는 법은 없지만, 하지만 누군가 칸트의 글을 가지고 과도하게 해석하여 학문적 우쭐함을 나타내지 않았나 생각 하기도 한다.

지인 하나는 경솔하게 지냈던 학창시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무엇인가 아는체 하기 위해 쓸데없이 곤란한 질문을 하여 교수님의 기분을 언짢케 했던 일, 무엇인가 남이 갖지 못한 것을 얻었을 때, 또는 이루었을 때의 우쭐함, 교만한 행동, 성경은 이를 목이 굳었다 표현하기도 하지만, 어쨋든 젊은 시절 진실함이 없는 행동을 하며 지낸 것이 생각나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했는가 후회하기도 한다 했다.

인간이 가장 처량하게 보여지고 느끼게 되어지는 일 중의 하나는 ‘까분다’는 말을 들을 때 일 수도 있다. “뭘 안다고 까불어,” “뭘 가졌다고 까불어,” 또는 “뭐 잘 났다고 까불어” 같은 말을 들을 때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들을 때는 기분 나빠하기보다 자신의 언어나 행동이 경솔한 가운데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럴 때는 자신이 쭉정이 처럼 팔락이는 삶을 살지 않았는가 생각하여 진지하게 살고자 하는 결심을 해야 한다.

사람 누구나 무심코 그런 현상이나 분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 사는 것이 조심스럽다. 삶의 가벼운 행동으로 타인의 인격과 존엄성이 무시되는 그런 일들이 일어 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살아가려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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