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중국인과 불로초

텔로미어(Telomere)란 염색체 양끝에 있는 뚜껑 같은 부분으로 세포분열 시 유전정보 물질인 DNA가 닳지 않게 보호하는 안전모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생명체의 노화와 죽음이 이 텔로미어의 길이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정설이다. 따라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줄어들지 않게 하거나 길어나게 함은 생명연장의 관건으로 의학계에 던져진 숙제다.

최근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헬렌 블라우(Helen Blau)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인간의 텔로미어 길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연장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보도다. 연구팀은 전체 텔로미어의 길이의 10% 정도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피부세포의 경우 28배, 근육세포의 경우 3배나 더 분열할 수 있는 길이로 인간수명을 10년 정도 연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방법이 보편화되면 2300여 년 전 중국의 진시황이 꿈꿨던 불로초를 현대과학이 실험실에서 재배에 성공한 것은 물론 생명체에 얽힌 비밀코드를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게 생겼다.

제주도 장방폭포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신혼부부가 여행기념 인증샷용 필수코스였지만 요즘은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 감춰져 있던 신비한 퍼즐의 한 조각이 들어난 역사현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유는 폭포 암벽에 새겨진 서복과지(徐福過支) 즉 서불이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의미의 문자 때문이다.

중국역사서 '진시황본기'에 의하면 최초로 중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진시황이 나이 47세가 되면서 늙고 병들어 죽게 될 자신의 명운에 대해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진시황의 마음을 읽고 접근한 묘략가가 요동에 살던 서불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황제에게 바다 가운데 봉래, 방장, 영주라는 섬이 있는데 그곳에는 신선 세 분이 살고 있다. 그분들이 저렇게 늙지도 죽지도 않은 채 신비로운 삶을 누림은 불로초 때문인데 자신이 그 영초를 구해 황제를 불로장생케 하겠다는 상소문을 올린다.



황제는 반색 하였고 기원전 212년 동남동녀(童男童女) 3000명과 60여 척의 선박, 수많은 금은보화를 가득 실은 불로초 채집 선단이 요동반도를 시작으로 서해를 따라 기세 좋게 출정한다. 그러나 황제 나이 50세에 죽을 때까지는 물론 지금까지 단 한 토막의 단서조차 없이 2000년이 흘렀다.

1992년 한.중 양국이 수교와 함께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라산의 옛 이름이 영주산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이제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불로초와 함께 행여나 있을지 모를 서불의 행적을 담보할 그 어떤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너무나 선명하고 확실한 서불의 행적을 나타내는 '서복과지'를 발견했으니 그들의 놀라움은 어떻겠는가?

중국인들에게 진시황은 특별한 존재다. 불로초를 못 구해 위대한 황제를 나이 50에 죽게 한 불충은 중국인들에게 수 천년 넘게 죄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 지 모른다. 그렇게 볼 때 서불이 얼마나 괘씸하고 저주스러웠겠는가? 그런데 '서복과지'로 인해 그는 위대한 충신으로 달라졌다. 정방폭포 인근에 조성된 서복공원에는 그런 중국인들의 회한이 읽혀진다. 입구에는 원자바오 전 총리가 내린 휘호로 쓴 '서복공원'이라는 엄청 큰 돌에 새겨진 입간판과 함께 강소성에서 제공된 서복 관련 비석, 서복상, 서불의 불로초 탐험기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중국인 인파로 공원은 항상 붐빈다. 바라기는 스탠포드 대학의 헬렌팀이 실험실에서 채집한 불로초일 망정 그들의 수 천년 빈 마음의 한 조각을 채우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