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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혜영이는 6학년인데 한국학교에는 처음이라고 했다. 집에서 엄마가 한국말로 대화를 하며 한국동화책 읽기를 시켜서 말도 잘 하고 밝은 표정의 예쁜 아이다. 코리안커뮤니티센터(KCC)에서 제14회 국제 청소년 윤동주 시 낭송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지도를 부탁해 왔다. 분명히 아이의 동의를 얻어서 엄마가 신청을 했다는데 갑자기 아이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엄마도 나도 당황하고 아이도 자기 행동에 순간 놀란 것 같았다. 멋쩍게 웃었다. 하고는 싶은데 갑자기 부담감이 느껴졌나 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어차피 하게 된 거 한 번 죽어라 매달려 보자. 그래도 안 되면 말고…남들 만큼의 노력은 해봐야 되는 거 아냐? 혜영이는 상금 500불 받고 싶다고 했지. 500이면 어른이 하루에 8시간씩 일주일 40시간 이상 일해야 벌 수 있는 주급이야. 그러면 적어도 그 정도 시간 투자는 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는 눈가를 훔치며 웃음 지었다.

오우! 목소리 좋고, 발음 정확하고, 가능성이 있다. 리듬감 있게 감정을 넣어 호흡을 조절하며 강조할 곳에 강세를 주고 쉬어야 할 곳에 여운을 주며 끌어 주고… 셀폰으로 녹음을 해서 들려주며 몇 번 연습을 시키니 약간의 감이 온 듯 목소리에 자신감이 생겼다.

혜영아, 1등만을 목표로 삼지 말고 네가 도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성취감을 느끼기 바란다. 앞으로 네가 살아 갈 세상에는 애쓰고 수고하여 이뤄나가야 할 가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단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가 없지만 남들보다 앞서 나아갈 수가 없어. 수 많은 성공한 사람들도 시행착오를 겪어 가면서 때로는 좌절하며 다시 일어서고 끝없는 도전으로 원하는 것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거야.

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부모님들께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해외에 살면서 영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사수해야 하는 한국학교의 애로사항은 몸 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정규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인식도 일반 학교보다 편하게 생각하신다. 지각이나 결석도 수월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여기 저기 학교를 옮겨 다니는 일도 많다. 일반 학교는 나이대로 한 반에 편성하여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의 격차가 심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니! 뒤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책임이 있고 학교는 당당하다. 한국학교는 나이와 수준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학급을 배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고 아이들 실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무조건 학교와 교사들 책임이다.



한국학교는 1년에 30주 정도, 1주일에 하루, 세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밖에 허용이 안 되면서 다루어 줘야 할 것들은 많다. 한글 수업 외에도 조회시간을 통해서 동요 부르기, 한국의 역사, 문화, 예절 등등… 선생님들도 애로사항이 많다. 1주일에 한 번 수업을 하지만 수업준비나 행사준비를 위해서 시간을 들여야 하고 생활이 보장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그만두는 경우에 선생님 구하기도 어렵다.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녀교육에 못지 않게 학부모 교육이 시급하다. 재외동포사회에서 모국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학부모님에게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교사들의 자질과 한국학교의 면모가 제대로 갖추어 져야 할 것이다. 타국에서 우리말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며 우리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 주기 위해 땀 흘리는 우리 교사들이 있기에 우리의 맥은 끊임없이 우리의 말과 글을 통해 이어질 것이다.


최덕희 / 시인·아이사랑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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