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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언덕 위에 세운 도시

“먹고 살아야지요.” 유창한 한국말로 농담처럼 대답을 합니다. 영어로 아침 인사를 물었는데, 생각 외의 답을 들어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신학교에서 일하는 한국인 2세였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아야지요”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표현에 우리 둘 다 크게 웃었지만, 어쩐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부모님들이 얼마나 많이 반복하던 말이었으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을까요?
이민자들도 먹고 살려고 바쁩니다. 어쩌면 나와 가족들이 “먹고 살려는” 정직하고, 한편으로는 숭고하기까지 한 이유로 이민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잘 먹고 살려고”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나만이 아니라 같이 잘살기를 원하고, 더 나아가서는 나의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라도 더 큰 꿈을 따라야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민자들은 더 교회에 잘 모이고, 더 선교여행도 많이 가곤 합니다.

1630년 영국 식민지였던 메사추세츠로 이민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영국은 선진국이었고, 북미의 식민지는 황야였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이민처럼 더 나은 환경이나 기회를 꿈꿀 수는 없고, 자녀들을 위한 교육도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메사추세츠의 역사 공원에서 첫 이민자들이 겨울을 버티기 위해 군인들의 벙커처럼 반 지하로 파놓은 거처를 본 적이 있습니다. 뒷마당에는 어떤 식물이 자라는지 시험적으로 경작하는 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들은 그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목재와 석재의 재료로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러한 이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1930년 “아벨라”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메사추세츠로 이주한 이들은 퓨리턴들이었습니다. 퓨리턴은 말 그대로 더 순수한 신앙과 교회를 추구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국왕과 교회로부터 박해받는 소수였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자신들의 믿음과 신념을 따라 살 곳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 중 일부가 미국 이민을 선택한 것이죠.



첫 무리들의 지도자는 윈스럽(John Winthrop)이었습니다. 그는 변호사와 지주의 가문에서 성장했고, 캠브리지를 졸업한 후 런던의 지방법원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30대 초반에 이민을 결정한 그에게 황무지가 기다리는 신대륙은 오히려 피난처와 안식처라고 고백했습니다. 문명의 중심이었던 애굽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고 광야로 행진을 시작했던 옛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윈스럽과 함께 했던 퓨리턴들은 더 어려운 곳으로 이민하려는 분명한 꿈이 있었습니다.

메사추세츠 베이의 첫 지사가 된 윈스럽은 동행했던 퓨리턴들과 함께 기독교 공동체의 모델을 이루려 했습니다. 그들이 황무지에서 새로 만들어갈 세상은 자신들의 신앙과 서로를 위한 아름다운 곳일 뿐 아니라 자신이 떠나온 유럽이나 세계를 향한 모델이 되려고 처음부터 꿈꾸었습니다. 이렇게 온 세상에 드러나야 하는 “언덕 위에 세운 믿음의 도시”가 자신들을 신대륙에 보내신 하나님의 섭리로 믿었습니다. 그 사명이 여러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먹고 살려고” 바쁠 것입니다. 그 가운데 가끔 고개 들어 그 너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첫 이민자들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의 모델이 되고자 하는 사명이 있었습니다. 이민은 새로운 사명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사명이 있다면 황무지도 꿈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 꿈과 사명으로 바빴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사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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