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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골프와 위스키의 나라 스코트랜드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와 함께 영국을 이루는 4 구성국 중 하나다. 수도는 에든버러이나 대표적인 도시는 글래스고로 유럽 제일의 산업도시 중 하나인데 스코틀랜드 인구의 41%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이 글래스고를 막내아들 내외의 초청으로 방문 중이다.

아들은 위스키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맥켈란 맨해튼 지사에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본사가 소재한 글래스고로 1년 6개월 계약으로 스카우트 되어 왔다. 대학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 뒤 몇 몇 글로벌 기업에서 도.소매 업무를 경험한 아들의 눈에 처음 비친 수백년 전통의 맥켈란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 어젠다에 너무 동떨어져 보였다고 한다. 아들은 자신이 배우고 익힌 나름의 사이버 경영체계를 기반한 회사의 미래 프로그램을 구축한 뒤, 휴스턴.마이애미.LA 등지의 사장단 모임에 브리핑을 하러 다녔고 작년 말 본사는 제대로 된 멍석을 깔아 그를 불러들였다.

사실 4년전 아들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맥켈란으로 직장을 옮긴다고 했을 때 우리 부부는 말렸다. 기독교를 배경으로 살아온 아들이 위스키 회사에 취업함이 온당해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우리는 설득 당했고 아래 위스키 공부까지 하며 본고장으로 날아 왔다.

스코틀랜드 기후환경은 포도재배가 어렵다. 대신 보리가 잘 자라 평원은 물론 협곡까지 넘치고 거센 바람과 비로 퇴적된 초년생 식물이 만든 이탄(泥炭)이 지천이다. 보리와 이탄, 찬바람과 맑은 물의 조화가 사람의 눈에는 무가치해 보였지만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니 가치 좋은 위스키로 변해 이 나라 국민의 삶을 영화롭게 해주는 것 같아 놀랍다.



이 땅에 위스키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12세기 초만 해도 보리를 싹 틔운 맥아(몰트)를 원료로 만든 알코올 혼합물에 사프란.너트메그.향신료와 설탕으로 맛을 낸 뒤 감기약으로 사용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뒤 17세기 들어 이탄을 사용하여 맥아를 건조한 뒤 새로 개발한 단식증류기(핏 스틸)를 통해 맛과 향기가 있는 '생명의 물' 즉 몰트 위스키를 제조한 것과 1826년 개량된 연속증류기(페이턴트 스틸)로 옥수수와 호밀로 그레인 위스키를 만들어 상품화했다는 기록 정도다.

위스키는 크게 싱글 몰트와 블랜디 위스키로 분류한다. 싱글 몰트란 한 곳의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만드므로 그 지역의 대기.토양.물 등의 풍미가 특색 있게 나타나는 반면 블렌디 위스키는 싱글 몰트를 블렌드 해서 새 버전의 위스키로 탄생시킨 것으로 발렌타인.윈즈.임페리얼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싱글몰트 위스키 하면 맥켈란.글렌피딕.글렌리벳을 꼽는다. 이중 맥켈란이 유명한 것은 오크통의 생산과 관리에 들이는 장인정신이다. 맥켈란은 스페인 북쪽 갈라시아에서 벌목한 참나무를 2년 건조한 뒤 남쪽 헤레스로 운반하여 2년을 더 건조 후 오크통을 만든 후 위스키 대신 세리 와인을 담아 18개월을 묵힌다. 그 뒤 와인을 제하고 합격률 16%의 위스키 원액을 담아 10년 이상 숙성시킨다. 그렇다보니 맥켈란은 세리 와인의 색과 풍미는 물론 세리오크 특유의 깊은 향과 강하고 독특한 맛이 혼재한 흉내 불가한 고유의 맛으로 애주가들을 현혹한다.

이번 여행에 아들은 골프클럽을 지참하란다. 그리고 4~5시간 멀리 있어 자신도 단 한 번 가본 맥켈란 스페이사이드(Speyside) 증류소도 동행하겠단다. 골프와 위스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미묘한 테마성 여행을 어떻게 즐기며 소화해야 할 지 가슴 졸이며 트랩을 오른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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