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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변화를 원한다면 환경을 바꿔라

새해가 시작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불안이 아니다. 세계정세에 대한 불안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거창한 불안들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맡긴 지 오래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에 반사적으로 불안을 느낀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 이 불안은 올해의 내가 작년의 나보다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결국 나는 그대로일 것이라는 불안. 이 불안에 맞서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새해 결심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심하지 않으면 실망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모호하고 장황한 결심을 했을 것이다. ‘살을 5kg 빼자’처럼 기준이 명확한 결심보다는 ‘건강에 신경 쓰자’ 정도의 느슨한 결심이 실패의 가능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발전과 성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족쇄라고 선언하고 진정한 행복은 무위(無爲)에 있다는 신념을 굳건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어기제들을 아무리 다양하게 동원하더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우리를 위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자주 운동하고 담배를 끊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싶어하고, 가끔은 봉사와 기부도 하고 싶어한다. 내면의 변화는 또 어떤가. 지금보다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를, 더 낙관적이기를, 더 관대해지기를, 그리고 더 용기 있기를 바란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라면 어쭙잖은 방어기제로 우리를 위로하기보다, 효과적인 행동 변화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는 당연한 이야기 말고, 당신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더 간절히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허망한 조언 말고, 매년 반복되는 결심과 후회, 체념과 정당화의 악순환을 깰 수 있는 묘책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현대 심리학은 자신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변하고 싶다면, 결심만 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라고. 예를 들어, 운동하고 싶다면 헬스장에 가야 한다. 운동을 유도하는 환경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원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적절한 공간과 사람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자녀가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꼬박꼬박 학교나 학원에 보내면서, 정작 자신은 어떤 공간으로도 꼬박꼬박 가지 않는다면, 당신은 자신의 의지를 너무나 과대평가하고 있다. 책을 꾸준히 읽으려면 자주 도서관에 가거나 책을 사야 한다. 집에서 책을 안 읽는다면 책을 들고 집을 떠나 동네 카페라도 가야 한다. 정말 간절하다면, 독서 모임에라도 가입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삶을 바꾼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를 규명한 연구들에 따르면, 전자의 사람들은 마음만 바꾸려고 하지 않고, 환경을 바꾸는 데도 집중한다. 후자의 사람들은 삶의 환경은 방치한 채, 초인적 의지가 생기기만을 바란다.

삶을 바꾸려면 원치 않는 행동을 유발하는 인적 네트워크를 허물고,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술을 끊고 싶다면, 모일 때마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인적 네트워크를 붕괴시켜야 한다.

인간의 의지는 놀라운 저력을 가지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불굴의 의지를 발휘한 사람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의지를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주변 사람들과 공간의 존재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의 저력은 그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환경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공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은 새해 결심들을 노트에 적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새해 첫날 아침에도 습관적으로 어떤 공간에 갔을 것이다. 우리가 초인적 의지에 대한 신화에 사로잡혀 결심을 간절하게 노트에 적고 있을 때, 그들은 방 청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인적 쇄신과 공간 창출, 이는 조직의 전유물이 아니다. 삶을 바꾸고 싶어하는 개인들에게 더 필요한 전략이다.


최인철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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