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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하모니의 기적

지난 10일, 버진 아일랜드의 섬 중 하나인 세인트 존(St. John) 예술학교에서 안 트리오와 재즈 드럼 연주자 디안파슨(Dion Parson)의 연주회가 있었다. 이번 연주회가 특별했던 것은 2010년 작고한 ‘Sis Frank 콘서트 시리즈 40주년 기념 연주회’이기 때문이다. Sis는 40년 전에 문화 교육의 불모지였던 세인트 존에 예술학교를 세우고 섬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문화 예술 교육의 새 세상을 열어준 전설적인 섬의 문화 대통령이다.

이번 연주 초청을 받고 안 트리오의 프로듀서인 첫째는 이번 연주가 시리즈 40주년 되는 의미 있는 연주회인 만큼 로컬 아티스트 중에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같이 연주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소개받은 연주자가 재즈 드러머 디안이었다. 2012년 그래미상(Grammy Award)을 받은디안은 밴드와 함께 뉴욕서 활동하지만, 세인트 토마스(St. Thomas)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현재도 거주하고 있다.

연주회는 로컬 아티스트가 협연한다니까 더욱 사람들이 몰려서 아예 문을 열고 연주회를 시작했다. 그런데 연주가 시작되자 깜짝 놀랐다. 피아노 트리오와 드럼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었다. 드럼이 들어옴으로써 오히려 트리오의 색깔이 훨씬 디테일하게 드러나면서 전체적으로 풍요해지는 것이었다. 난 드럼이 그처럼 섬세한 악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디안의 드럼은 비단 실로 천을 짜듯, 미세한 부분까지 촘촘하면서도 부드럽게, 훈풍처럼 매끄럽게, 트리오의 선율 안에서 자유자재로 유영했다. 탄력을 받은 트리오 연주에도 생동감이 넘쳤다.

버진 아일랜드 섬 중에서 세인트 존은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섬 자체가 풍요로운 자연 풍광으로 그대로 아이들의 교육장이 된다.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신비한 바다, 울창한 숲, 원색의 열대 꽃들과 식물들, 물고기들은 그 자체가 자연 학습장이다. 둘째는 그 중요한 자연 교육을 위해 학교까지 빠지게 하고 블루를 데려왔다. 블루는 생후 3개월 때부터 이 섬에 왔었다.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자연을 즐긴다. 바닷속에서 엄청 큰 거북을 보고 흥분하더니, 처음 봤을 땐 환호하던 가오리를 비롯한 열대어들을 만나는 건 이제 예사롭게 여긴다. 그리고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물결을 볼 때마다 우와! 아름답다! 하며 아이답지 않게 감탄사를 쏟아낸다.



그 아름다운 섬이 몇 년 전, 허리케인으로 초토화됐던 일은 여간 가슴 아픈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곳에 집을 지닌 사람들의 노력으로 빨리 복구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그의 사업 파트너 둘이서 섬 전체의 전기시설을 모두 복구시켜줬다는 이야기는 손 큰 미국 부자들의 차원을 보여준다. 예술학교는 그 중심이었다. 자주 음악회를 열고, 전시며 다양한 공연으로 섬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다.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 예술보다 더 큰 힘은 없을 것이다.

안 트리오와 디안의 하모니는 이날도 사람들의 가슴을 애무하며 행복의 치유를 선물했다. 하모니가 어찌 음악뿐이겠는가.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식재료들도 음식을 만들면 음식의 멋진 신세계가 열리듯,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운동도, 정치도, 경제도, 예술도, 사람 관계까지도, 서로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 하모니는 만들어질 수 있다. 결코 정석이 있을 수 없는 하모니의 기적이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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