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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새해 덕담은 맞춤형 ‘축복’

새해 세시풍속 중에 ‘청참(聽讖)’이 있다.

'예언을 듣는다’라는 뜻처럼 새해 첫 새벽에 거리로 나가 방향도 없이 발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처음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소리로 그해의 운수를 점치던 풍속이다.

까치 소리를 들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여겼고, 까마귀 소리를 들으면 흉년이 들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조짐으로 생각했다. 소 울음소리를 들으면 풍년이 들 것이라는 기대로 흐뭇해 했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도둑이 기승을 부릴 것이니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마음을 단속했다.

청참을 통해 새해 첫 새벽 세상을 향해 귀를 기울이던 조상들은 ‘덕담(德談)’으로 새해 첫날 입을 열었다. 덕담은 말 그대로 한 해 동안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건강하고,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고, 사업도 잘되고, 가정은 화목하고….’



덕담은 맞춤형 축복이다. 결혼 안 한 사람에게 자녀를 낳으라고 할 수 없고, 가정도 꾸리지 않은 사람에게 가정의 화목을 빌 수 없다. 듣는 사람의 형편에 맞춰 한 해 동안 꼭 일어나기를 바라는 일을 말해야 하기에 덕담에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담겨야 함은 물론이다.

육당 최남선에 의하면 우리 조상들이 주고받던 덕담은 권고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하는 것이 특색이라고 했다. “올해는 과거에 급제하시게”라는 말 대신 “올해 과거에 급제했다지. 축하하네”라고 하면서 다가올 일을 이미 일어난 일처럼 말하며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덧붙였다. 그렇게 해야 덕담의 효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새해 인사도 많이 변했다. 설날 가족들과 함께 어른을 찾아 세배와 함께 하던 인사가 언제부턴가 연하장을 통해 우편함으로 날아들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전화기를 타고 전해진다. 기성복처럼 대량으로 생산되어 유통되는 새해 인사가 서운한 까닭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인사는 남아 있는데, 그 인사에 맞장구칠 덕담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얼마 안 있으면 설이 다가온다. 서양 문화권에서 동양 문화와 함께 사는 이민자들에게는 두 번째 맞는 새해 첫날이다. 음력으로 맞는 새해 첫날은 다시 한번 더 주어지는 기회다. 새해 결심이 슬그머니 사라질 때쯤 맞이하는 설에 마음을 다시 한번 다부지게 잡아보면 어떨까?

연말연시 정신없이 날아드는 새해 인사에 덕담 한마디 제대로 못 했다면 이번 설에는 사랑과 관심을 담은 믿음의 덕담 한마디쯤 해 보면 어떨까? “올 한 해는 손대는 일마다 잘되었고, 자녀들도 잘 자랐고,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지요. 감사하고, 또 축하드립니다.” 나의 덕담 한마디를 덧붙인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니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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