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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인디언의 지혜를 배운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데, 이는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라고 한다. 영혼을 소중하게 섬기며 함께하는 것이다. 설마 오늘날 자동차를 멈추고 영혼을 기다리는 바보(?)는 없겠지!

인디언의 지혜를 담은 책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한 것은 어쩐지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삶의 균형을 잃고, 영혼을 놓치고 뒤뚱거린다는 조바심이 든다.

인디언의 기우제는 반드시 성공한다. 왜냐하면, 비가 오실 때까지 기우제를 드리기 때문이다. 이거야 말로 모든 일에 통하는 진리다. 될 때까지 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다만, 그런 믿음과 끈기가 없을 뿐이다.

우리를 일깨워주는 인디언의 지혜는 기우제 뿐만이 아니다. 자연은 정직하다,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등등… 참으로 배울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인디언은 자연 앞에 겸손하며 더불어 사는 지혜를 으뜸으로 여긴다. 달의 이름에서도 그런 지혜가 잘 드러난다. 그이들은 우리처럼 무표정한 숫자로 표시하지 않고, 문학적 상상력이 빛나는 시적인 이름으로 매 달을 불렀다. 이름이 부족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자연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1월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또는 바람 속 영혼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 2월은 춤추는 달, 3월은 훨씬 더디게 가는 달, 4월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5월은 나뭇잎이 커지는 달, 6월은 더위가 시작되는 달, 7월은 천막 안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달, 8월은 옥수수가 은빛 물결을 이루는 달, 9월은 가을이 시작되는 달, 10월은 어린 나무가 어는 달, 11월은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 12월은 늑대가 달리는 달, 또는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 또는 무소유의 달 등이다.

달의 이름에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러한 변화를 겪는 내면 풍경을 담았다. 영혼을 섬겨 모시는 정성 또한 대단하다. 미래를 내다보고,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이들의 마음은 지금 형편없이 망가져가고 있는 자연 생태계를 살리는 지혜가 될 것이다. 겁 없이 혁신을 거듭하며 비인간적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는 기계문명을 접하면서 그런 바람이 더욱 간절해진다.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그이들이 으뜸으로 여긴 더불어 사는 지혜다. 그래서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고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는 가르침을 되새긴다.

올해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샤이엔 족의 기도를 새겨 읽는다.

“우리에게 평화를 알게 하소서./ 달이 떠 있듯이 오래도록/ 강물이 흐르듯이 오래도록/ 태양이 빛나듯이 오래도록/ 풀이 자라듯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평화를 알게 하소서.”

인디언들이 바랐던 것처럼 사람의 존엄성을 끝까지 아름답게 지키고 싶다.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눈 감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 감을 수 있기를!”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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