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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궁서교리 묘서동면

정동협 / 칼럼니스트
정동협 / 칼럼니스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23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20/01/22 16:39

경자년 쥐띠해는 하얀색 쥐라고 해서 특별하다고 한다. 하지만 색깔에 상관없이 징그럽고 보기도 싫은 동물이 쥐라는 놈이다. 어디서든 쥐를 발견하면 여자고 남자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도망부터 치고 본다. 그런데 백해무익해 보이는 쥐는 어떤 동물이길래 십이지에 제일 먼저 등장할까. 옛날 옛적 하나님이 짐승들을 모아 놓고 경주를 시켜 제일 빨리 들어 오는 순서대로 등수를 매기겠다고 했다. 부지런한 소는 하루 전부터 채비하고는 길을 떠났는데 영리한 쥐가 소 등에 타서는 마지막 결승점에서 폴짝 뛰어내려일등으로 들어왔다. 아무튼 영리하고 꾀가 많은 짐승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겨울 산을 오르다 보면 종종 하얀 눈 속을 헤치며 나오는 쥐를 만난다.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뛰어다니지만 잘못 했다가는 하늘에서 눈을 부리며 먹이를 찾는 독수리나 매 혹은 산속을 누비는 여우의 표적이 되기에 십상인지라 경계 태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언젠가는 차 안에서 여우를 본 적이 있다. 멀리서 우리를 쳐다보는데 입에는 큼직한 쥐 한 마리가 물려 있다. 추운 겨울에 이만한 수확도 없는지 눈가에 웃음이 만연한 채 유유자적 한 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며 다른 동물에게 먹잇감이 되어 주던 쥐에게 인간이 뛰어들면서 그들의 근거지는 산과 들이 아닌 거리의 방랑자가 되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새나 여우의 표적이 되지는 않지만, 이제는 주변을 배회하는 고양이와 인간에게 천적이 되어 버렸다.

‘궁서교리’ 즉 쥐가 궁지에 몰리면 살쾡이를 문다는 속담인데 아무리 무섭고 두려운 존재라 할지라도 내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최후의 발악으로 덤빈다는 뜻이다. 수년 전 재야에서부터 검찰개혁을 주장해 오던 조국이 궁지에 몰린 검찰에 발목이 잡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궁서교리의 교훈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묘서동면’은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잠을 잔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가능할까? 의역해 보면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불안하지만,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공조하고 있음을 말한다. 검찰을 이용해서 경쟁 상대를 짓밟는 정권, 권력의 우산 속에 숨어 정권에 힘을 실어 주며 막강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어 버린 검찰, 묘서동면의 대표적인 예이다.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된 것은 2003년 노무현 정권에서 처음으로 불거졌다. 하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면 바짝 엎드리고 힘이 약해지면 사정없이 물어 버리는 검찰의 본질을 파악 못 한 노무현 정권의 검찰개혁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그로부터 17년 후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검찰개혁에 온 나라가 두 패로 갈려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시끄럽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대학살(?)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검찰 간부급 인사에 이어 팔다리가 잘린 윤석렬 검찰총장의 계속되는 청와대 수사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과거에도 이렇게 원리 원칙대로 해 왔던 검찰이라면 모든 국민이 손뼉 치며응원했겠지만, 검찰개혁과 맞물려 발버둥 치는 모습 같아 왠지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정부와 검찰은 더는 묘서동면 하지 말고 역사의 흐름을 따라 검찰은 과거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고 환골탈태하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며 정부는 검찰을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하는 구시대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경자년 새해에는 너무 좌우로 치우치지 말고 쥐처럼 영리하게 처신하여 대외 대내적으로 위기에 국면한 정국을 헤쳐 나가 모든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행복 지수 1위의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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