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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강인숙 / 자유기고가
강인숙 / 자유기고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24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1/23 16:43

일본제품과 일본관광을 불매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지 벌써 6개월째다. 참으로 많은 사람이 일본 상품을 불매했다. 이유는 일본이 한 못된 말과 잘못을 모르는 뻔뻔한 마음 때문이다.

불매는 우리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에 일본이 경제 보복을 하면서 시작됐다. 내용은 이렇다. 일제강점기 동안 강제로 탄광이나 군함도로 끌려가 노역을 했던 우리 아버지들이 일본을 상대로 재판을 시작했다. 그들은 평생을 뼈마디가 녹아나는 노동과 부실한 끼니 때문에 영양실조를 앓으며 노역을 했다. 해방 후, 그들에게 남은 건 가난과 망가진 몸뿐이었다. 그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들의 삶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일본에 사과하고 보상하라고 재판을 시작했다.

부끄럽게도, 우리 대법원은 재판을 13년 동안 질질 끌다 지난 2018년 10월, 강제 노역하신 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일본은 배상 대신 반도체 수출규제로 대답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흔들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비하하는 말들을 신이 나서 쏟아냈다.

“별거 아닌 것들이 감히 일본의 뜻에 반한 결정을 내렸다.” “한국이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게 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를 우습다고 했다. 우리를 혼내준다고 했다. 정말 무례했다. 그래서 불매가 시작됐다. 우리는 우스운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우리의 단결된 기개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내가 타던 일본 차를 다른 브랜드로 바꿨다. 내 친구는 일본여행을 취소했다. 물론 친구도 나도 약간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 정도 손해쯤이야,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일본 브랜드 옷을 사고, 화장품을 구매하고, 일본으로 여행을 가며, 일본 차를 샀다. 그들은 말한다. 불매는 강요가 아니고 자유라고. 하기야,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그의 저서 ‘내 안의 역사’에서 “일본이 패망해 자기 나라로 쫓겨 갈 때도 그들을 위해 땅을 치며 눈물을 흘리고 슬퍼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다. 사람 마음이 다 같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손, 발이 으스러지고, 망가지도록 일본을 위해 일을 해야 했던 강제노역 노동자들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들의 삶은 썩고 곪았다. 그분들은 억울하다. 그리고, 그때 그 시대에 우리가 살았다면, 우리도 같은 일을 겪었을 거라는 점이다.

나는 일본이 말하는, 뭣도 아닌 사람이다. 돈도, 힘도 없다. 그리고 한때 그들이 빼앗은 나라, 식민의 후예다. 그들이 말한 대로 하찮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는 불매를 한다. 억울한 강제노역을 당하신 분들의 싸움을 불매로 응원한다. 힘이 없어서 인생을 통째로 빼앗겨버린 그들이 일본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배상받을때까지 불매할 것이다. 방사능에 덮인 음식과 화장품을 바르며 그 땅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고 그들의 책임이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일본이 그들의 과거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푼돈이 아닌, 그들이 가진 모든 것으로 배상할 때까지 나는 불매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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